반 총장 방북 불발 이유…"인권·미사일 언급이 北 심기 건드려"

포럼·기자회견 발언이 北 심기 건드려
인권·개방 강조하는 대북 메시지에 거부감 표출
유엔 '골탕 먹이기'라는 지적도…책임은 南에 돌려
  • 등록 2015-05-20 오후 3:43:51

    수정 2015-05-20 오후 4:05:11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이목이 집중됐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이 하루 만에 돌연 무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평소에도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국제사회를 당황케 하는 북한이지만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거듭된 ‘외교적인 결례’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반 총장은 2009년에도 북한 방문 날짜까지 받았으나 북측이 입장을 바꾸면서 방북이 불발된 적이 있다.

‘하루 사이 무슨 일이?’…北 인권·마사일 관련 발언이 ‘문제’

일단 정황상으로만 본다면 19일 하루 사이에 있었던 일에서 이유를 찾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 반 총장의 방북 일정이 하루아침에 잡힌 것이 아니고 19일 오전에야 방북이 확정됐다는 반 총장의 언급을 고려했을 때 최근의 남북 관계나 북한 내부 정세가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 총장은) 전날 여러 행사에서 북한의 인권에 대한 언급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이 부분이 평소 북한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인 만큼 심기를 건드려 결정을 바꿨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 총장은 19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손을 내민다면 (유엔은) 신뢰와 화해를 위해 법치와 인권 등 의미 있는 개혁을 이끄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이어 같은 날 오후 ‘2015 세계교육포럼’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는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을 개발하고 이런 것들이 전부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에 위배되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이날 국방위원회 성명을 발표하고 미사일 발사 실험 등은 자주권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유엔이 안보리 결의안을 기준으로 이를 도발·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유엔 겨냥한 것이란 해석도…책임은 南에 떠넘기기

애초에 북한이 반 총장의 방북을 허용할 생각이 없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유엔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고의적으로 반 총장의 방북을 허용했다가 취소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만 유엔은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로 채택했고 유엔총회는 안보리에 북한인권문제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권고하기도 했다.

남북 관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만약 이 같은 음모론이 사실이라고 전제하면 북측은 유엔 뿐 아니라 남한 정부도 함께 노린 것”이라며 “오늘 대남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개성공단 임금 갈등 문제를 재차 지적하며 남북 관계의 안 좋은 기류를 새삼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북한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반 총장이 방북 무산을 공식 발표하기 전에 개성공단 임금 갈등 문제를 꺼내들며 우리 정부를 비난했다.

우리민족끼리는 “괴뢰 당국이 개성공업지구 노임문제와 관련한 부당한 입장을 고집하고 입주기업을 노골적으로 압박해 나선 것은 개성공업지구 사업을 끝끝내 파탄시키려는 고의적 책동”이라고 주장했다.

반 총장 방북을 불허한 배경을 최근 악화된 남북 관계 탓으로 돌림으로써 우리 정부에도 부담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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