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이원석(사법연수원 27기) 검찰총장은 김 여사 조사방식에 대해 이창수(30기) 서울중앙지검장을 불러 대면으로 경위를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창수 지검장은 “경위야 어떻든 늦게 보고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원석 총장은 이창수 지검장의 보고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대검 감찰부에 진상파악을 지시했다.
|
김 여사에 대한 조사방식을 둘러싼 갈등의 표면적 핵심은 원칙론과 실무론으로 요약된다. 이 총장은 김 여사를 소환조사하지 않으면 예외나 특혜로 비칠 수 있다며 사실상 대외적으로 소환조사를 주문해 왔다. 김 여사에 대한 수사에도 원칙이 지켜져야 한단 취지다.
반면 수사팀은 사건 조사를 위해서 ‘제3의 장소(종로구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조사하는 게 불가피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은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대면 조사를 강제할 수 없었단 게 서울중앙지검의 설명이다. 김 여사 측에서 방문조사 또는 서면조사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팀이 소환조사를 고집할 경우 조사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란 얘기다. 명품가방 사건에 대한 조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조사 중 김 여사 측의 동의를 얻어 진행된 것이라고도 부연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사단의 원인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배제됐기 때문이란 게 서울중앙지검의 해석이다. 앞서 2020년 10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도이치모터스 사건 지휘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장관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장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지휘권 회복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견상으론 이 지검장의 사과로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지만 전날 늦은 오후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하던 김경목(38기) 부부장검사가 사표를 내면서 갈등이 다시금 표면으로 부각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부부장검사는 대검의 진상파악 지시에 회의감을 느끼며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부장검사의 사표는 김 여사를 두고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간 묘한 늬앙스 차이를 보이는 등 누적된 갈등의 결과물이란 해석이다. 이 총장은 김 여사를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해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하지만 정작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의 온도는 다소 달랐다. 실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성역은 검사의 언어는 아닌 것 같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
조사방식을 둘러싼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갈등은 사건 처분을 두고 다시금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총장은 전날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을 통해 검찰청 소환조사 대신 서울 종로구 창성동의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조사한 것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남은 수사와 사건 처분에 있어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원칙이 반드시 실현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건 처분에 있어서는 총장으로서 확실한 수사지휘를 하겠단 뜻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수사팀에서는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가닥을 잡았단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명품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특정한 목적을 갖고 접근했으며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을 따지기 전에 청탁 자체가 불분명하단 이유에서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가 나온다면 소환조사도 안 한 상황이라 이 총장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메시지가 명분을 잃게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사건 처분 때 갈등이 다시금 터져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