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하필 대목 전에 팔아야 할 과일이 전부 불에 타버려서…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네요.”
21일 오전 9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전부 어두운 낯빛을 하고 채 꺼지지 않은 연기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은 추석 대목을 위해 쌓아둔 과일들이 전부 화재로 못쓰게 돼버려 손실이 어마어마하다고 호소했다.
| 21일 오전 10시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 청과물시장 상인들이 화재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오전 4시 30분쯤부터 전통시장에서 불이 나 점포 20여개가 소실됐다. (사진=공지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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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새벽 4시 30분쯤부터 청량리 전통시장에서 시작된 화재로 불이 난 곳 인근에 있는 가게 주인들은 가게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전통시장 안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50대 김모씨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주인들도 모르긴 마찬가지”라며 “오늘 영업을 못하는 건 둘째치고 가게가 어떻게 됐는 지라도 알고 싶은데 미쳐버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화재가 발생한지 다섯 시간이 넘어가고 있었지만 창고 쪽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새벽부터 나와 있었다는 한 상인은 “새벽 내내 연기가 뿜어져 나와 어쩔 줄을 몰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며 “불이 난 곳에 있는 가게는 아니지만 오늘은 장사를 하지 못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불이 난 청과물시장 골목 안에서 과일상회를 운영하는 상인들은 추석 대목 전인데 손실이 어마어마하다고 토로했다. 가게가 화재로 인해 불탔다는 과일상회 주인 A씨는 “불이 난 가게를 봤는데 천장이 뻥 뚫려 있고 냉장고도 불이 타 열 수도 없는 상태였다”며 “아무것도 못 챙기고 겨우 차키 하나 챙겨 나왔다”며 울먹였다.
A씨는 “냉장고 안에 다른 손님들 물건도 들어 있는데 보험도 적용될지 모르겠고 눈앞이 캄캄하다”며 “대충 계산해봐도 1억원 이상을 손해본 것 같다.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또 다른 상인 이모(63)씨는 “연기라도 막게 과일에 비닐이라도 덮어놓고 싶은데 몇 시간째 들어가지를 못하게 하니 발만 구르고 있다”며 “장사는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 21일 새벽 서울 청량리 청과물 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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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난 창고에는 상인들이 추석 연휴에 팔기 위해 물량을 많이 들여 놔 평소의 두 배 이상의 과일박스가 들어 있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한 상인은 “창고 안에 과일이 몇천 박스는 있을 텐데 과일에 연기 냄새가 전부 배서 정상적으로 팔 수 있는 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전 10시 반 기준 청과물시장 골목 안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화재가 일어나지 않은 건너편 골목 가게 상인들 역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불이 난 곳을 바라봤다. 이들은 인명피해는 없어서 다행이지만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피해를 본 상인들의 심정에 공감한다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한편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거의 잡힌 상태지만 이날 낮 12시쯤 완전히 진압될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이날 오전 8시 40분 열린 브리핑에서 “지붕이 무너지며 함석이 내려앉아 (걷어내야 해) 화재진압을 신속히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정확한 피해 상황은 조사해봐야 알 것 같다. 최대한 안전하게 작업을 마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