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자칭·손석희 거론` 조주빈…전문가들 "난 찌질하지 않다 과시"

조주빈 25일 종로서 앞에서 처음으로 모습 드러내
취재진 앞에서 여유로운 태도로 준비된 입장 읊어
전문가 "범행 전혀 반성 없어…추종자들에 사과만"
  • 등록 2020-03-25 오전 11:30:38

    수정 2020-03-25 오전 11:39:02

[이데일리 손의연 김은비 기자] “멈출 수 없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감사하다.”

25일 아침 포토라인에 모습을 드러낸 ‘n번방 불법 성착취 영상 제작 유포자’ 조주빈(24)의 첫 마디는 여느 유명 인사의 사과문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당당했다. 이날 조의 태도와 발언에 대해 전문가들은 본인을 추종했던 사람들에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스스로 과시하려는 태도가 과하다고 분석했다.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전 포토라인 앞에 섰다.(사진=방인권 기자)
손석희·윤장현·김웅 등 언급한 심리는…전문가 “과시욕”

조주빈은 25일 오전 8시쯤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찰로 송치를 앞두고 얼굴이 공식 공개된 것이다. 취재진은 ‘피해자에게 할 말이 있나’, ‘성착취물 유포를 인정하나’, ‘범행 후회하지 않나’, ‘살인 모의 혐의 인정하나’, ‘왜 범행했나’, ‘잡히지 않을 거라 생각했나’, ‘갓갓(n번방의 또다른 운영자)을 아는가’ 등 질문을 했지만 조는 자신이 준비한 답변만을 한 채 입을 다물었다.

조주빈은 엉뚱하게도 “손석희 (JTBC) 사장님,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 시장님, 김웅 기자님 등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여성 피해자에 대한 사과 없이 피해자를 손 사장과 윤 전 시장, 김 기자로 한정해 답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이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했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자신이) 돋보일 수 있는 대상을 같이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사람은 그동안 피해자들이 자신에게 복종하고 언론이 한 마디라도 더 끌어내려고 애걸복걸하고 그런 과정에서 자존감이 고양된 상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자의식이 굉장히 부족한 사람인 것 같은데 마치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양 더욱 과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유명인을 거론해 과도한 존재감을 드러냄과 동시에 자신이 그 사람들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강력한 사람이라는 뜻”이라면서 “하지만 전혀 관련성이 없는 사람을 언급한 것 아닐 것으로 보여 조사는 해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경찰은 조주빈이 검찰에 송치되며 손 사장과 윤 시장, 김 기자를 언급한 이후 관련 설명을 냈다. 경찰 관계자는 “언급된 세 사람은 성 착취물과는 무관한 다른 사건의 피해자로 조사 중”이라면서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일 뿐 구체적인 사기 피해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악마라 지칭…반성인가 과시인가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전 포토라인 앞에 섰다.(사진=방인권 기자)
조주빈은 취재진과의 짧은 문답 동안 정면을 또렷이 응시하며 스스로를 악마라고 지칭했다. 전문가들은 자신을 스스로 악마라고 하는 범죄자들은 거의 없다며 조주빈이 자신의 범행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죄책감을 느꼈으면 피해자들부터 언급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양형을 노려서라도 피해자를 염려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었음에도 조는 그러지 않았다. 마치 유명인사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하는 식이다.

공 교수는 “(텔레그램 이용자들에게) 경찰에 걸리지 않는 방법도 알려 주고 절대적인 권력자로 행동해왔는데 붙잡혀 미안하다고 입장 표명을 한 것”이라며 “이야기를 준비한 것을 봐도 그 속에 도취돼 있어 이외 세계는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교수는 “등장할 때부터 마치 이때를 기다렸던 사람처럼 여유로웠다. 자신이 악마라는 걸 강조하려는 것뿐”이라면서 “‘나는 찌질하지 않다’라는 과시와 함께 더이상 숨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도 포함돼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조주빈의 신상공개가 공범과 텔레그램 방 참여자들에게 공포심을 주는 순기능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 교수는 “이번 신상공개로 다른 참여자들이 벌벌 떨고 있을 것”이라면서 “법적으로 강력하게 처벌이 가능하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안 되니 이렇게라도 두려움을 줘서 떨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더 교묘한 수법이 나올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공 교수는 “그 세계에서 절대적 권력을 행사했던 ‘박사’가 이들을 향해 얘기한 건 ‘좋은 학습’이 될 수 있다. ‘나도 저런식으로 잡히지만 않으면 계속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이미 그 사람들은 중독 상태이기 때문에 단속이 심해지면 일시중지될 뿐 향후 더 교묘하게 잡히지 않도록 기술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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