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메타버스’라는 신대륙에 첫 번째 깃발을 꽂으려는 국내 유통업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초기에는 자신의 아타바를 개성 있게 꾸미는 데 용이한 패션 회사들이나 유행에 민감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주로 진출했다면, 이젠 가능성을 확인한 유통 업체들도 속속 진출을 선언할 태세다.
| 이건준(왼쪽) BGF리테일 대표 아바타와 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 아바타가 업무협약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BGF리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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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를 서비스하는 네이버제트와 손잡고 가상현실 편의점을 연다고 26일 밝혔다. 국내 유통업체를 통틀어 제페토에 매장을 내는 건 CU가 처음이다. 이례적으로 양사의 업무협약도 지난 25일 제페토에서 이뤄졌다. 이건준 BGF리테일 대표와 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는 각자 모습을 형상화 한 아바타로 등장했다.
제페토는 현실세계와 3차원 가상세계를 혼합한 공간을 뜻하는 메타버스의 대표 콘텐츠로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가상현실에서 나만의 아바타로 나이, 성별, 인종 등을 넘어 다양한 이들과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현재 전 세계 2억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중심으로 최근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는 8월 제페토 내 인기 맵 중 하나인 한강공원에 문을 여는 CU 제페토한강공원점은 루프탑에 조성된 테라스에서 겟(GET) 커피, 델라페 등 CU의 차별화 상품을 즐기며 별도로 마련된 파라솔, 테이블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콘셉트의 탁 트인 매장이다. 실제 오프라인 점포에서처럼 아바타가 즉석원두 커피 기기에서 커피를 내리거나 한강공원 편의점의 인기 메뉴인 즉석조리 라면도 먹을 수도 있다. 과금 여부는 미정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유저(이용자)들의 반응을 보는 게 우선”이라고 말을 아꼈다.
CU는 이용자들이 자주 방문하는 공간인 교실과 지하철에도 순차적으로 점포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또 CU만의 특화 매장 콘셉트인 버스킹 공간도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실제 공연장처럼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등의 동작으로 공연을 할 수 있으며 다른 아바타(사람)들의 무대를 관람할 수도 있다. 제페토는 음성 대화를 지원한다.
CU는 당분간 제페토에서 국내 단일 편의점 사업자로서 지위를 가진다. 오프라인으로 치환해 생각하자면 일종의 입찰경쟁에서 승리해 수주를 따낸 셈이다. 입찰에 참여했다가 고배를 마신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다른 메타버스 콘텐츠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네이버의 운영정책에 따라 앞으로 유통업체들이 제페토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해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월드를 통해 민관합동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참여하고 있다. 신세계는 메타버스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패션 브랜드 중에는 F&F(에프앤에프)의 MLB가 이미 제페토에 입점해 있다.
| 제페토에 입점한 국내외 업체들.(사진=제페토 스튜디오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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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업체들의 움직임은 더 활발하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구찌는 지난 2월 제페토와 손잡고 60여 종의 의상, 신발, 가방 등을 공개하고 ‘구찌 빌라’까지 만들어 아바타가 자유롭게 상품을 보고 입어볼 수 있게 했다. 제페토 이용자들은 현금으로 충전해 얻은 젬(GEM)이나 코인 등을 활용해 구찌의 상품을 살 수도 있다. 이 밖에 나이키, 디즈니, 헬로키티 등도 제페토에서 상품을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