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플랫폼 투자 진다고 하지만"…중고거래 스타트업은 볕든다

번개장터 400억 규모 시리즈E 투자 유치
'3조 밸류' 당근…8년만 첫 흑자전환
적자 플랫폼 속속 흑전에 FI 회수 기대감↑
"1세대 플랫폼들 수익성 증명 부담감 클 것"
  • 등록 2024-07-12 오후 6:12:14

    수정 2024-07-12 오후 6:12:14

이 기사는 2024년07월12일 17시12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당근은 지난해 창사 8년 만에 흑자전환을 이뤄내고, 번개장터는 최근 400억원 규모의 시리즈E 투자를 유치하는 등 중고거래 플랫폼 스타트업이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과거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기 몸값을 크게 올렸던 플랫폼 기업에 대한 시장의 의심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지 기대를 키우고 있다.

경기 성남에 위치한 판교 테크노밸리. (사진=연합뉴스)
12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총 400억원 규모의 시리즈E 투자를 유치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리드 투자자로 참여한 이번 투자 라운드에서 번개장터는 약 5000억원에 이르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직전 투자 라운드였던 2021년 약 3400억원의 밸류를 인정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3년 만에 1600억 가까이 기업가치가 올라간 셈이다.

번개장터는 2019년부터 5년 연속으로 적자 상황을 이어가고 있긴 하지만 올해를 흑자 전환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거래액과 거래건수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는 수익성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 숙제를 풀어나가겠단 행보다.

번개장터와 함께 대표적인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분류되는 당근은 수익성에 대한 고민을 지난해 흑자전환으로 해소했다. 당근은 지난해 영업이익 173억원을 기록해 2022년 464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당근이 영업이익을 낸 것은 2015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꾸준히 늘리다가 지난해 광고 증가의 여파로 흑자 성적표를 받았다.

당근이 흑자를 달성하면서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높아지자 재무적투자자(FI)들도 회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당근은 2016년 시리즈A 부터 총 4 차례 투자를 받았으며, 가장 마지막 라운드였던 2021년 시리즈D 투자까지 누적 227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당근의 주요 FI로는 스트롱벤처스, SBVA(전 소프트뱅크벤처스), 카카오벤처스, 굿워터캐피탈 등이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컬리(마켓컬리), 에이블리 등 적자 꼬리표를 떼지 못하던 플랫폼들이 흑자전환을 이뤄내면서 의구심을 품던 VC들도 다시 플랫폼 투자에 관심을 두는 분위기다.

한 VC 심사역은 “그래도 역시 플랫폼이다”라며 “과거보다 플랫폼 스타트업의 수익구조나 매출을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돈 버는 플랫폼’을 위주로 찾고 있는 건 맞지만 플랫폼이라면 일단 심의에서 떨어뜨리는 일은 없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플랫폼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투자기관들의 의구심은 투자액 감소로도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분야 스타트업 투자액은 2조2239억원으로 2021년(4조1329억원)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한편 일각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특성상 일시적인 수익성 개선을 안정적인 수익구조 확보로 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한 VC 관계자는 “여전히 몇몇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지나치게 높은 밸류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1세대 플랫폼 기업들이 수익성으로 증명해야 하는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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