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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올 들어 신설법인 수가 크게 늘었다. 정부가 혁신성장의 씨앗을 심는 데까지는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조선·자동차 등 기존 산업의 부진 속에 고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혁신성장이 아직은 결실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정부는 17일 오후 서울 마곡 R&D(연구개발) 단지에서 ‘2018 대한민국 혁신성장 보고대회’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관련 부처 장관과 기업계 인사가 참여해 수소차, 5G·AI, 드론 비행 등 성과를 살펴보고 앞으로의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혁신성장은 현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경제정책의 양대 축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열고 초연결 지능화(5G·AI)와 드론, 미래자동차 등 8대 핵심 사업을 선정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번 보고대회는 반년 동안의 성과를 점검·평가하고 이후 추진 계획을 정하는 자리다.
올 1월 신설법인 사상 첫 1만개 돌파 ‘결실’
정부는 신설법인 수 증가를 혁신성장의 최대 성과로 꼽았다. 지난해 신설법인 수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9만8330개였다. 올 들어서도 1월 신설법인 수가 1만41개로 처음 1만개를 돌파했다. 올 2월엔 7480개로 주춤했으나 3월 들어 다시 9226개로 늘었다. 지난해 월 평균 신설법인 수는 8194개였으나 올 들어선 8916개(1~3월 평균)로 1년 전보다 8.8% 증가세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태양광 창업도 올 1~2월 1063개로 1년 전(485개)의 두 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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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나 5G, 인공지능(AI) 등 부문에서도 진척이 있었다. 친환경차 보조금 확대로 지난해 1만4000대였던 전기차 시장 규모가 올해 3만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인 현대차(005380) 넥쏘도 1200대 이상 예약됐다. 지난해 수소차 보급 대수는 170대였다. 내년 3월 세계 첫 5G 상용화를 목표로 KT(030200), SK텔레콤(017670), LG유플러스(032640) 통산 3사를 중심으로 한 태스크포스(TF)도 활발히 활동했다.
이날 보고대회에선 현대차 수소차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와 통신 3사의 5G를 활용한 로봇팔 원격조정, 유콘시스템 등의 드론 활용 입체도시 모델링 등 혁신 기술을 활용한 시연회도 열렸다.
결실은 아직…규제개선·노동시장 변화 지속 모색
정부는 그러나 이 같은 혁신성장의 씨앗이 아직 결실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자평했다. 올 3월 공인인증서 제도를 폐지하는 등 일부 규제 개선에 성과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현장에서 체감하는 성과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의 낡은 제도가 유지되는 노동시장도 인적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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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는 “이해관계자의 대립과 사회 이슈화로 혁신이 지연되고 신시장 창출이 저해됐다”며 “시장에서 혁신성장이 이뤄지기 위해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과감히 수요를 창출하고 제도를 개혁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정부는 또 사회안전망 확충에 속도를 내 산업화 시대에 맞춰진 노동시장을 바꿔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현장 밀착형 혁신성장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수도권 드론 비행시험장 조성을 비롯한 48개 과제를 우선 추진키로 했다. 전기차 폐 배터리 재활용을 위해 올 4분기까지 관련 규정 마련해 신시장 창출을 유도하고 비슷한 시기에 핀테크 기업 성장을 위한 제도 현실화도 추진한다.
정부는 또 앞으로 혁신성장 분야에서 정부 주도의 하향식 접근을 피하고 민간이 제기한 아이디어를 해결해주는 상향식으로 바꿔 나가기로 했다. 민간이 자율적으로 혁신 산업에 진출하면 정부는 관련 제도를 개선하되 민간 자체 역량이 부족할 때만 세제·예산 지원에 나선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신산업과 구산업의 이해 상충을 적극적으로 중재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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