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감정원 라올스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명품 브랜드의 가품 비율이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 요청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상위 5개 브랜드(샤넬·구찌·루이비통·생로랑·에르메스)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12.13일까지) 가품의 수가 2020년에 비해 평균 214%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3년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브랜드는 생로랑이었다. 감정받은 가품의 수가 2020년 450개에서 2022년 2584개로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진품 대비 가품의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샤넬의 경우 올해 동안 감정받은 제품 가운데 정품이 6046개, 가품이 2783개였다. 상품 3개 중 1개 꼴로 가품인 셈이다. 에르메스도 올해 정품 3482개, 가품 1805개로 감정받은 물품의 30% 이상이 가품이었다.
가품의 수가 증가한 배경에는 중고 명품 시장의 급성장이 있었다. 최근 명품의 잇따른 가격 인상과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중고 명품 시장의 규모는 큰 성장세를 보였다. 시장조사 기관 스태디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중고 명품 매출액은 2017년 22억 6500만 달러에서 2022년 71억 5700만으로 증가했다. 국내 중고 명품 시장 매출도 크게 늘었다. SSG닷컴 중고 명품 매출은 올해 7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20%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병행 수입·구매 대행...가품 원천차단 어려워
급성장한 중고 명품 시장은 가품의 위험성을 높였다. 대부분의 명품 리셀 플랫폼에서는 공식 판권을 가진 업체가 직접 상품을 팔지 않고 병행 수입업체나 구매 대행업체가 물건을 들여와 판매한다. 해당 업체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물건을 들여오다 보니 가품이 섞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런 탓에 최근 각종 명품 리셀 플랫폼에서는 가품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8월 무신사의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에서는 고가의 운동화가 크림에서 가품 판정을 받았다. 명품 플랫폼 빅 3중 하나인 발란에서도 올해만 두 번 가품 논란이 생겼다. 두 논란 모두 플랫폼에 입점한 병행 수입 업체가 판매한 제품으로 인해 발생했다.
명품 플랫폼들은 제품에 대한 검수 기준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품을 원천 차단하기는 어렵다. 개인 일반업체가 별도 경로로 물건을 들여와 판매하다 보니 제품 출처를 명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리셀 플랫폼은 상표권자가 아닌 개인 거래를 중개하기 때문에 모든 제품을 걸러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업계의 의견이다.
박 대표는 “가품이 교묘하게 지능화되면서 교육을 받아도 쉽사리 구분하기 어렵다”며 “중개 플랫폼은 확실한 보상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소비자는 너무 싼 상품은 먼저 의심하고 어디서든 가품이 유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