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자 "80세에도 난 미성숙…연극은 아날로그이기 때문"

여든 살 맞아 연극 '해롤드와 모드' 출연
삶의 영감 주는 모드 역 "나의 롤모델"
"욕심 없이 가뿐한 마음으로 작품 준비"
윤석화 연출…임준혁·오승훈 상대역
  • 등록 2021-03-22 오후 3:36:56

    수정 2021-03-22 오후 9:51:18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80세가 되면 다를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굉장히 성숙할 줄 알았는데, 미성숙한 채로 나이를 먹었어요.”

배우 박정자(79)는 올해 한국 나이로 여든이 됐다는 사실에 회한에 젖은 듯한 표정을 잠시 지어 보였다. 그러나 나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배우는 성자처럼 너무 지혜로우면 안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짧게 자른 머리가 나이를 더욱 무색하게 만들었다.

연극 ‘해롤드와 모드’에서 80세 노인 모드 역을 배우 박정자가 22일 서울 중구 페이지명동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신시컴퍼니).
올해 여든 살을 맞은 ‘연극계 대모’ 박정자가 자신의 대표작인 연극 ‘해롤드와 모드(19 그리고 80)’로 관객과 다시 만난다. 박정자는 22일 서울 중구 명동 페이지명동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80세는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한 구실일 뿐”이라면서 “더 이상 욕심 없이 가뿐한 마음으로 마지막이 될 ‘해롤드와 모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이번 공연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해롤드와 모드’는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 콜린 히긴스의 작품으로 19세 청년 해롤드와 80세 노인 모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1987년 김혜자, 김주승 주연으로 초연한 뒤 총 7차례 공연했다. 초연을 제외한 6번의 공연에서 박정자가 주인공 모드 역을 맡아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박정자는 2003년 첫 출연 당시 “여든 살까지 매년 이 작품을 공연하고 싶고 80세가 되는 날 나 역시 모드처럼 끝낼 수 있다면 아름다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그는 “처음엔 한 번 하고 끝날 공연이라 생각했지만, 관객이 작품을 좋아해 줘서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나는 이 공연을 80세가 될 때까지 해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며 “나 혼자 생각한 ‘박정자의 아름다운 프로젝트’였다”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극 중 모드는 자살 소동을 일으키는 청년 해롤드에게 “우리 매일 새로운 것을 해보자”며 삶의 영감과 의미를 일깨운다. 박정자가 이 작품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은 모드가 곧 자신의 롤모델이기 때문이다. 박정자는 “모드 같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라면 환경을 걱정할 일도 없고, 내 것 네 것 싸우거나 욕심부릴 일도 없을 것”이라며 “박정자가 모드를 롤모델로 삼고 있듯, 관객도 공연을 보면서 박정자가 됐든 모드가 됐든 누군가를 롤모델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극 ‘해롤드와 모드’에서 19세 청년 해롤드 역을 맡은 배우 임준혁(상단 왼쪽부터), 오승훈, 박명성 신시컴퍼니 프로듀서, 연출 윤석화(하단 왼쪽부터), 80세 노인 모드 역의 배우 박정자가 22일 서울 중구 페이지명동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신시컴퍼니).
자신의 대표작이지만 이번 공연에 임하는 태도는 겸손했다. 박정자는 “이번 무대가 지난 공연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없다”면서 “연극의 0순위는 관객이기에 관객과 어떻게 만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연극을 온라인으로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것처럼 끔찍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며 “연극은 아날로그이고, 그것이 내가 여전히 성숙하지 못한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연출은 박정자와 절친한 배우이자 2003년 ‘해롤드와 모드’를 제작했던 윤석화가 맡았다. 윤석화는 “박정자 선생님과 나 사이에는 연극 이외의 이물질은 없다”며 “선생님과 함께 해온 연극을 향한 열정과 사랑, 연민으로 무대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롤드 역에는 배우 임준혁, 오승훈이 더블 캐스팅됐다.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가 제작한다. ‘해롤드와 모드’는 오는 5월 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강남구 KT&G 상상마다 대치아트홀에서 공연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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