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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그룹은 27일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을 중심으로 본사 임직원 40여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대전 화재 사고 현장에 머무르며 관계 당국의 수습과 원인 규명 지원에 나섰다. 이번 화재 사고로 하청·외부 용역업체 소속 직원들 7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이 크게 다치는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그룹 차원에서 침통함을 일단 뒤로 하고 빠르게 후속 대처에 집중하고 나선 것이다.
26일 화재 발생 직후 현장을 찾았던 정 회장 역시 이날 TF팀과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가족들에게 애도와 사죄을 뜻을 먼저 표한 정 회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한다. 어떠한 책임도 회피하지 않겠다”며 “관계 당국에 최대한 협조하고, 향후 조사에도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화재 사고 현장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검찰과 경찰, 소방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등 6개 기관 관계자 40여명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이날 오전 10시 40분부터 1차 합동감식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현재 2차 합동감식을 이어 진행 중인 상황. 화재 사고 현장 인근에 합동분향소가 설치돼 오후 2시부터 조문객도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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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 첫 중대재해처벌?…“속단 어려워”
침통함 너머로 긴장감도 감추기 어려운 모습이다. 이미 정 회장이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향후 화재 원인 규명에 따라 실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현대백화점그룹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에 돌입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가 확인된다면 유통업계에선 첫 사례다.
화재 원인이 외부에 있거나 관련 설비들이 설령 정상 작동했더라도, 화재가 발생한 하역장 내 안전·보건 관리가 미흡해 불을 키웠다면 이 역시 산업안전보건법에 더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볼 여지도 있다. 화재가 발생한 이후 하역장에 의류 등 납품할 상품이 담긴 상자들이 쌓여 있었다는 지적에서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 안전조치를 해야 하는데, 여기에 ‘합성섬유·면·양모 등을 다량으로 취급하는 작업을 하는 장소·설비 등은 화재 예방을 위해 적절한 배치 구조로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화재의 근본 원인과 확산 배경 등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확정되기 전까지 어떤 것도 속단하기 어렵다”며 “사업주·경영책임자에 요구하는 여러 사항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 대상이 되겠지만, 설비와 교육, 인력 운용 등 사항을 다 지켰는데도 현장 실수로 확인된다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