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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북한의 도발에 힘입어 지지율을 한껏 끌어올린 아베 신조(安部晋三) 총리가 내달 말 조기 총선으로 정치적 승부수를 건다.
아베 총리가 오는 28일 소집하는 임시국회 때 중의원을 해산 후 선거를 치르는 안을 공식 발표키로 했다고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을 비롯한 외신이 전했다. 오는 10월10일 공시하고 같은 달 22일께 투·개표를 진행한다는 계획으로 당내 일정 조율에도 나섰다. 17일 공시 후 29일 개표 안도 거론된다. 더 늦춰지면 11월 초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일본 방문과 일왕 주최 행사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게 집권 여당의 판단이다. 자민당과 함께 공동 여당을 이루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도 이 일정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 조기 선거를 추진하는 건 지금 선거를 하면 정치권 내 일정 세력을 유지·확보할 수 있으리란 계산 때문이다. 제1야당인 민진당이 잇따른 의원 이탈로 혼란하다. 또 자민당과 노선을 달리하는 또 다른 보수 성향의 유력 정치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 측이 세력화할 시간을 최대한 줄이자는 포석도 깔렸다. 특히 아베 총리는 올 초 잇따른 학교법인 특혜 의혹으로 지지율이 바닥을 찍었으나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일본 내 위기의식이 커지며 지지율을 회복하는 추세다. 북한이 아베 정권을 도와준 셈이다. 한 자민당 간부는 “지금이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말했다.
지지통신의 지난 8~11일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5.2% 포인트 증가한 41.8%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이후 3개월 만의 40%대 복귀다. 일부 조사에선 50%대도 회복했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학교법인 비리가 불거진 올 초 20%대까지 떨어졌었다.
범 야당 역시 비판은 비판대로 하면서 발 빠르게 선거 준비 작업에 나섰다. 특히 고이케 지사 세력은 측근인 와카사 마사루(若狹勝) 중의원 의원을 중심으로 이달 중 신당을 창당키로 했다. 호소노 고지(細野 豪志) 전 환경상도 이에 합류하는 등 ‘비 자민·비 민진’ 세력을 규합하는 게 목표다. 민진당도 지난 17일 마에하라 대표를 중심으로 간부들이 당 본부에 집결해 대책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