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한국 제조업의 근원적 문제로 경직된 노동시장, 수직 계열화된 중소 납품구조 등이 지목됐다. 규모의 경쟁에서 한계가 있는 한국 제조산업은 제조업에서 가치 창출을 중심으로 한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른바 가치혁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은 23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NAEK 포럼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이 원장은 “한국의 제조업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제조업 영토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3가지 정책인 대내외 신뢰 구축, K-밸류스터(Valuster) 인력양성, 산·학·연·관 협력 역할과 책임(R&R) 구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이 23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NAEK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공학한림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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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국내 61만개 제조기업 중에서 200인 이상 기업은 0.25%에 불과하다. 중소·중견 기업 중에서 혁신적인 기업과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수평적 협력 구조를 전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제조업이 어려운 상황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으로 현저한 성장 둔화세가 지속하고 있다. 이 원장은 “임금, 근로시간, 에너지, 국제금융 환경 변화 등에 따라 기업들은 경영 환경에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면서 “게다가 기술 개발 진보 속도는 제한적이다. 중국의 공세 속에서 우리나라는 구조조정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국내 제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도 크고, 노동생산성 역시 낮은 형편이다.
이 원장은 제조업에서 경제적 가치 창출 개념을 6개 분야로 나눠 설명했다. 그는 “가치 창출은 고임금 제조업의 가능성을 위한 전략으로 욕구반영, 기술창조, 산업창출, 패권대응, 동반사회, 환경이슈 등 6개 분야를 포괄한다”며 “6개 가치를 바탕으로 저부가가치 영역에 머물고 있는 제조업을 어떻게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소멸되고 있는 지역 중심으로 지역의 강한 제조업을 집중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이 원장은 제안했다. 그는 “6대 경제가치를 기반으로 K-밸류스터를 양성해 핵심인력을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반듯한 일자리를 창출해서 대학과 기업, 연구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기남 공학한림원 회장은 “대한민국 제조업은 이제 단순히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제조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대체 불가한 기술과 시장을 개척해야만 대한민국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학한림원은 지난 6월 개최한 IS4T 포럼에서 제조업 도약 방향으로 제품 제조(Manufacturing)에서 가치 창출(Valufacturing) 개념이 담긴 혁신 과제와 정부·민간의 역할을 제안한 바 있다. 이번 포럼에서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