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삼국지’의 저자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한미 산업협력 컨퍼런스’에서 “AI 산업은 앞으로 국가간 기술 패권 전쟁의 핵심 영역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권 교수는 “이미 미국과 중국 사이에 AI 전쟁은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AI 반도체는 국가대항전에 더해 엔비디아 연합 대 미국 IT·첨단기업 위주로 형성된 반(反)엔비디아 연합(UA링크) 대결 구도에 중국판 AI까지 3강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의 전략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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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교수의 진단대로 글로벌 반도체업계는 각 국가별, 업체별로 합종연횡이 복잡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업체인 퀄컴이 인텔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퀄컴은 스마트폰 두뇌인 AP 설계에 있어 최고 경쟁력을 가진 회사다. 그런데 스마트폰에서 더 나아가 자율주행차, 확장현실(XR) 등으로 AP 사업 영역을 넓히더니, 이제는 인텔이 강한 서버용 반도체까지 인수하려 하는 것이다. AI 칩 패권을 잡는데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다만 변수는 중국이다. 퀄컴과 인텔이 사업을 하는 중국 등의 경쟁당국이 ‘미국 연합’을 승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업계 고위인사는 “퀄컴이 종합 AI칩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가 부메랑이 돼 인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최근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D램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창신메모리 외에 중국 최대 IT 기업인 화웨이,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3위인 SMIC 등이 함께 움직이는 ‘팀 차이나’가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주목 받는 것은 한국의 대응이다. 반도체 생태계 확충, 연구개발(R&D)·인력 투자 등 중장기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미국과 협업 체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권석준 교수는 “한국은 미국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파트너 위치를 점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