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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재판장 오석준)는 20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업무방해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석채 전 KT 회장에게는 원심인 징역 1년을 깨고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김 전 의원이 항소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결정적 근거는 서유열 전 KT홈고객부문 사장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 문제다. 1심은 서 전 사장에게 “진술을 번복한다”며 신빙성에 의문을 표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7년 정도 지난 사건에 대해 관련자 진술 통해 기억을 찾는 과정에서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을 것이라 수긍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서 전 사장은 김 전 의원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 2011년 서울 여의도에 있는 일식집에서 김 전 의원과 함께 저녁을 했고, 이 자리에서 김 전 의원이 딸의 채용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국회 환노위 소속이었던 지난 2012년 국회 국정감사 기간에 이 전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무마해 주는 대가로 딸 정규직 채용이라는 형태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기소됐다. 이 전 회장도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1심에서 따로 진행되던 두 재판은 항소심에서 병합됐다.
앞서 1심은 김 전 의원 딸이 특혜를 받아 취업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김 전 의원 본인이 이익을 받지 않아 뇌물수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날 재판부는 “환노위 간사로서 김 전 의원의 증인 채택 직무와 KT 채용 기회 제공 사이에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김 전 의원 딸에 대한 KT 정규직 채용은 사회 통념상 김 전 의원이 뇌물로 수수한 것과 같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회의원이 딸의 취업 기회를 뇌물로 수수하는 범행은 그 자체로 매우 부정한 행동이고, 중진 국회의원이자 환노위 간사로서 지위와 책임을 고려할 때 비난 가능성이 커 용납하기 어렵다”면서 “그럼에도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는다”고 질책했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김 전 의원과 이 전 회장에게 각각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이날 김 전 의원은 법원의 판결 직후 취재진 앞에서 “검찰에 의해 날조된 이 고소 사실에 대해 항소심에서 이런 결과를 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즉각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 전 의원의 딸은 지난 2011년 KT 스포츠단에 계약직으로 입사해 일하다 이듬해 KT 하반기 신입 사원 공개 채용에 최종 합격해 정규직이 됐다. 당시 김 전 의원의 딸은 공채 서류 접수 마감 한 달 후 입사 지원서를 제출했고, 인적성검사 등에서 불합격했지만 최종 합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