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선동자 가입 결의 유발"…대법, 테러단체 가입 선동 첫 판례

2016년 테러방지법 신설 후 대법원 첫 판례
테러단체 가입 선동 유·무죄 엇갈린 1·2심
대법, 무죄 2심 뒤집고 유죄 취지 파기환송
"가입 결의 유발하거나 증대시킬 정도면 유죄"
  • 등록 2024-09-27 오후 4:23:48

    수정 2024-09-27 오후 4:23:48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지난 2016년 신설된 테러방지법 상 테러단체 가입 선동과 관련한 대법원의 첫 판례가 나왔다. 가입 선동을 두고 하급심 재판부가 엇갈린 판단을 내놨지만, 대법원은 이번 사건 테러단체 가입 선동 혐의는 ‘유죄’에 해당한다고 결론냈다. 향후 비슷한 사건에서 선동자의 행위가 피선동자로 하여금 가입 결의를 유발하거나 증대시킬 정도인지가 혐의 입증에 주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테러단체 IS를 찬양하는 게시물을 올리고 주변에 가입을 권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리아인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시리아 국적인 A씨는 지난 2015~2018년 경기도 평택 폐차장 등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SNS에 테러단체 IS를 찬양하는 글과 동영상 등을 올리고, IS 대원과 대화할 수 있는 링크를 게시해 가입을 선동한 혐의(테러단체 가입 선동)를 받는다. 또 주변에 IS 가입을 권유한 혐의(테러단체 가입 권유)도 받고 있다.

1심 “테러단체 가입 선동” vs 2심 “가입까지 나아가지 않아”

이 사건에서 테러단체 가입 권유 혐의에 대해서는 하급심 모두 무죄 판단을 내놓은 만큼, 쟁점이 된 건 테러단체 가입 선동 부분이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테러단체 가입 선동에 해당한다고 보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특히 A씨가 다국적인들이 볼 여지가 있는 SNS를 통해 IS를 선전하고, 가입을 선동한 만큼 선동에 영향을 받는 제3자가 테러단체의 가입으로 나아갈 실질적인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일반인이라고 한다면, A씨의 영상과 슬로건으로 호소하는 감정의 본질에 별다른 호응이나 감화를 느끼지 못하거나, 도리어 혐오를 품을 수 있다”면서도 “SNS 활동은 전세계 각양각색의 이용자가 각자가 지닌 민족·문화·종교적 정체성에 따라 감정적으로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심은 그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시리아 정권의 분리주의 노선에 대한 타도 △외세 개입에 대한 증오와 원한 △참극에 대한 보복심리 또는 만연한 집단적 분노 등 A씨와 동질성이 있는 집단이거나 그 가치에 일정한 연대감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투쟁 노선 참여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A씨가 SNS를 통해 IS에 대한 찬양을 하거나, IS 대원과 대화할 수 있는 링크를 제공했다고 해도 이 행위를 통해 피선동자가 실질적인 테러단체 가입까지 나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2심 재판부는 “링크를 게시한 의도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공개된 방식으로 대화방 링크를 게시하는 것은 IS 단체의 리쿠르팅(채용) 방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링크로 연결되는 대화방의 성격과 용도가 무엇인지도 확인되지 않은 데다가 1대1 대화방 접속이 구체적, 현실적인 테러단체 가입단계와 바로 연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대법 “작성자의 의도와 국적, 당시 시대상황 다각도로 살펴야”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이 테러방지법 상 테러단체 가입 선동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심리를 미진하게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먼저 테러단체와 상관없이 테러 그 자체를 선동하는 건 테러단체 가입 선동과는 거리가 먼 표현의 자유 영역이라고 운을 뗐다. 대법원은 “테러단체와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는 테러를 선전·선동하는 행위만으로는 테러단체 가입 선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테러를 선전·선동하는 표현물 등은 일정한 경우 테러방지법 제12조에 따라 긴급 삭제 또는 중단 등을 요청할 수 있는 대상일 뿐”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특히 다국적 이용자가 존재하는 SNS상에서 이뤄지는 테러단체 가입 선동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다시 말해 SNS를 이용한 콘텐츠가 테러단체 가입을 선동했다고 보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구성뿐만 아니라 작성자의 의도와 국적, 당시 시대상황 등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2심이 설시한 것처럼 테러단체 가입 선동이 유죄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동자의 행위가 테러단체 가입의 실질적인 수단이 되지 않아도 된다고도 설명했다. 즉, A씨가 공유한 IS 대원과의 링크방을 통해 피선동자가 가입으로 나아가지 않았다거나, 이 방법이 IS의 포섭 방법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테러단체 가입을 선동하지 않았다고 보지 말라는 의미다.

결국 테러단체 가입 선동의 핵심은 다양한 맥락에서 선동자의 콘텐츠가 피선동자로 하여금 가입 결의를 유발하거나 증대시킬 정도인지가 돼야 한다고 설시했다.

대법원은 “피선동자의 구성 및 성향, 선동자와 피선동자의 관계 등에 비춰 테러단체 가입의 결의를 유발하거나 증대시킬 위험성이 인정돼야만 테러단체 가입 선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선동으로 피선동자에게 가입의 결의가 발생할 것을 (혐의 입증의) 요건으로 한다거나, 피선동자가 가입의 실행행위로 나아갈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돼야만 가입 선동의 위험성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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