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농담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최근 ‘검찰 개혁’을 기치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
검찰이 독점한 수사·기소권을 분리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검수완박’은, 어찌보면 검찰이 자초한 면이 크다. 검찰 내에선 ‘기소하기 위해 수사하는데, 이를 어떻게 떼어 낼 수 있느냐’라고 반문하지만, 결국 ‘검수완박’은 그간 검찰이 행해 온 권한 남용의 역사가 남긴 ‘경험적 산물’이다.
검찰 안팎에선 이 조직 개편안을 따를 경우 현재 검찰이 가진 수사 총량은 현재의 2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염려한다. 부서 검사를 배치하는 일 역시 법무부의 재량이라 박 장관이 마음먹고 전담 부서 검사 배치 인원까지 줄여 버린다면, 그야말로 ‘수사권 박탈’까지 가능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쯤에서 박 장관에게 “그럼 소는 누가 키우냐”고 묻고 싶다. 전문적인 수사 능력을 갖추고도 잉여의 신세가 된 검사들의 인력재분배는 물론, 검찰이 빠진 당장의 수사 공백은 누가, 어떻게 채울 것이냐에 대한 논의는 어디에 있는가. LH 투기 의혹 사건에서 불거진 수사 역량 확보 문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서 불거진 내부 통제 장치 부재 문제 등 수사권 조정 연착륙으로 바쁜 경찰에 민감하고 산적한 현안들을 당장 맡길 수 있을까. 범여권 일각에선 올해 초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얘기까지 나왔지만, 올해 출범해 현재까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봤을 땐,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에 이견은 없다.
일각에선 박 장관이 ‘검수완박’ 속도전에 돌입한 내심에는 내년 대선 전후 행여 현 정권을 향해 겨눠질 수 있는 검찰의 칼날을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일종의 ‘음모론’까지 흘러나오는 마당이다.
박 장관은 취임사에서 “이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낡은 관념과 작별해야 한다”고도 했다. 검찰의 ‘표적 수사’, ‘먼지털이식 수사’ 등을 지적한 발언이었지만, 다른 의미에서 스스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듯하다. 이번 조직 개편안에 대검찰청이 공식 반대 입장을 내자 박 장관이 먼저 제안해 지난 8일 밤 김오수 검찰총장과 4시간 가량 회동을 가졌다고 하니 일단 지켜볼 일이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식의 ‘검수완박’이라면 ‘부패완판(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한다)’이 정말 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간과해선 안된다. 피해는 국민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