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미국 대통령선거가 55일 남은 가운데 초박빙 판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둘 중 누가 돼도 까다로운 국면이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정책 지속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에 열린 대선 TV 토론회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판정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현재 정책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카멀라 해리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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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부통령은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기술로 만든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언급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재임 때 미국산 반도체가 중국에 판매됐고, 이것이 중국 군사력 증강과 현대화를 도왔다”며 “미국이 인공지능(AI)·양자 컴퓨팅 경쟁에서 승리해야 할 때 우리를 팔아넘긴 것”이라고 공격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세세한 규제를 통해 미국 AI 기술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바이든표 칩스법이 그대로 계승될 것으로 점쳐진다. 칩스법은 기업에 반도체 보조금과 연구개발 비용으로 527억 달러(약 70조 640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조금을 받는 회사는 10년간 중국 등의 국가에 반도체 시설을 투자하는데 제한을 받는다.
미국 정부는 올해 4월 칩스법에 따라 64억달러(약 8조 8000억원)의 보조금을 삼성전자(005930)에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440억 달러(약 59조원)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일대에 반도체 공장 2곳과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000660)는 최대 4억 5000만달러(약 6200억원)의 직접 보조금과 5억 달러(약 6890억원)의 대출 지원을 받는다. SK하이닉스는 38억 7000만 달러(약 5조 3300억원)을 투자해 인디애나주에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기로 한 만큼 칩스법의 지속이 중요한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한다고 해서 보조금 지급을 일방적으로 축소하거나 폐지하진 않겠지만 불확실성은 커질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기업들에 더 많은 투자금을 요구할 수도 있다.
다만 ‘중국 때리기’ 기조는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같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위험 완화 노선을 통한 대중관계 안정성 유지를, 공화당은 중국으로부터의 전략적 독립을 각각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기술에서 대중 제재를 확실하게 하되 완전한 분리 대신 필요 시 새로운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반면 공화당은 강력한 제재 의사를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중국에 대한 반도체 관련 규제 강화가 이뤄지겠지만, 점진적인 시행이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에는 급진적인 대중 제재가 이루어질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의 의도와 달리 중국이 너무 빨리 커버린 상황”이라며 “미국은 이대로라면 G1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어 중국과의 무역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