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위원장이 법인카드 내역 열람…대법 "금융실명법 위반 맞다"

"이사장 비위 행위 밝히려" 취지로
권한 있는 척 ARS로 카드 내역 받아
1심 유죄→2심 무죄, 대법 다시 유죄로 판단
法 "신용카드 사용·승인내역, 비밀보장 자료"
  • 등록 2020-08-03 오후 2:54:11

    수정 2020-08-03 오후 2:54:11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노조위원장이 신용카드사로부터 회사 임원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직접 받아봤다면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인카드 사용 내역 역시 금융실명법에 따라 비밀이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이데일리DB)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 건국대학교 노조위원장 홍모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홍씨는 2013년 교육과학기술부에 당시 학교 이사장이었던 김경희 전 이사장에 대한 비위를 찾아내기 위해 법인카드 사용내역서 발급 권한이 없음에도 이를 숨기고 신용카드사로부터 김 전 이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서를 요청해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홍씨는 김 전 이사장이 2001년 건국대 학교법인 이사장에 취임한 이후 수차례 비위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 일환으로 2010년 임용된 김진규 전 건국대 총장 등이 김 전 이사장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어 적극적인 비호 아래에서 학교 자금을 횡령하는 등의 일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홍씨 등은 2012년 교육부에 김 전 이사장에 대한 승인취소 및 학교법인에 대한 특별감사 등을 해달라는 취지의 특별감사신청서를 제출했다.

홍씨 등은 특별감사신청서에 법인카드 사용내역서를 바탕으로 김 전 이사장이 김 전 총장과 부적절한 관계에 있다고 적시했고, 교직원들에게도 관련 내용을 발송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홍씨 등이 김 전 이사장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1심은 홍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김 전 이사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인정하면서 “법인카드의 거래정보는 금융거래정보에 해당하고, 노조위원장인 홍씨에게 학교법인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받을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판단을 같이했지만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홍씨가 받은 신용카드 사용명세서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사용명세서도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씨가 받은 법인카드 사용·승인내역서에 카드사용·승인일자 등은 기재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금융실명법상 이러한 정보는 금융자산에 관한 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라고 할 수 없어 비밀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과 달리 법인카드 사용내역 열람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신용카드 대금채무에 관한 정보·자료에 해당하는 신용카드 사용내역이나 승인내역은 금융거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에 해당한다”며 “그런데도 신용카드 사용·승인내역서가 금융실명법상 비밀보장의 대상이 아니라고 본 원심에는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홍씨와 함께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수협의회장 장모씨와 동문교수협의회 회장 김모씨는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이들은 원심에서 김 전 이사장이 김 전 총장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가 일부 인정됐다.

한편 학교법인 재산 수십억여원을 유용한 혐의로 2014년 1월 재판에 넘겨졌던 김 전 이사장은 지난 2017년 4월 대법원에서 일부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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