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보도자료 행간을 읽는 고수라면?

  • 등록 2015-11-18 오후 3:46:49

    수정 2015-11-18 오후 3:48:36

[이데일리 고규대 연예스포츠 부장] “오늘부터 ‘장윤정의 2대 거짓말’이란 제목으로 보도자료 시리즈를 내겠습니다.” 11일 오전 눈에 띄는 보도자료는 바로 장윤정의 모친 육모씨가 보낸 거다. 육씨는 3일과 5일에도 이메일 보도자료를 보냈다. 딸이 착하다고 어르기도 하고, 도와달라고 읍소하는 내용이었다. 이날 보낸 보도자료는 딸 장윤정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반전의 카드로 나온 것 같다. 이제 딸의 거짓말을 폭로하겠다는 게 요지다.

아침마다 쏟아지는 게 보도자료다. 각 방송사나 기획사의 홍보성 메일이 많다. 아는 이가 자료를 보내면 수많은 메일(이라고 쓰고 스팸이라고 여긴다) 중에서 그걸 찾아내는 것도 버거운 일과다. 자료를 보내면 꼭 제목을 알려달라고 부탁하고, 그 제목으로 메일 중에서 검색해야 그나마 놓치지 않는다.

세상에 큰 일이나 난 것처럼 호들갑스러운 사건도 많다. 그 때마다 입장 발표, 공식입장, 해명 자료 등 다양한 제목의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보도자료가 아니더라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공식계정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것도 요즘 추세다. 방송사나 기획사가 아닌 출판업체, 금융업체의 보도자료도 나오니, 말 그대로 홍수다. 브라질 작가 J. M. 바스콘셀로스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한국어판을 펴낸 동녘출판사가 5일 공식 페이스북에 ‘아이유님, 제제는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입장 발표의 글에서 가수 아이유가 새 미니앨범 ‘챗셔(CHAT-SHIRE)’ 수록곡 ‘제제(Zeze)’에서 캐릭터 다섯 살 제제를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고 주장, 며칠째 떠들썩한 사건이 됐다. 동녘은 공격을 했다가 아이유의 보도자료 사과를 받아내더니 10일에는 또 거꾸로 사과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동녘 측은 10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해석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한 점에 사과를 드린다”고 해명했다. 아이유 팬들의 집단적인 반발에 위세가 꺾인 결과 나온 입장 발표로 보인다.

보도자료를 볼 때는 행간을 읽어야 한다. 단어나 문장, 그리고 술어에 집착할 일이 아니다. 적힌 그대로 읽고 해석했다가는 큰코다친다. ‘너 고소!’라고 썼다 하더라도 ‘앞으로 조심해라’는 뜻이거나 ‘진심을 알아달라’는 내용은 ‘그만 좀 하자’는 의미일 수 있다.

보도자료의 읽는 법은 방송인이자 작가인 유병재의 코믹한 해석을 따를만하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고민 끝에 용기를 냈습니다’라는 문장은 ‘대중이 까먹을 줄 알았더니 아직 잊지 않아서’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는 거다. ‘본의 아니게 =예상과 다르게’ ‘경솔하게 행동한 점= 치밀하지 못했던 점’ ‘서로 오해를 풀고 원만하게 마무리됐다 = 입금되었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나아갈 것을 = 한번만 봐주세요’라고 해석해야 한다는 게 유병재의 논리다.

우스갯소리지만 마냥 웃을수만도 없다. 실제로 대중문화나 스포츠 분야를 넘어서 정치경제 분야의 보도자료 역시 그 행간을 읽어야 정확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게 필자의 경험이다. ‘100%의 저의 잘못’이라고 말한다 하더라고, 결국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미봉책이다. 게다가 기업인이나 정치인의 말 바꾸기나 보도자료로 물타기는 연예 스포츠 스타보다 한두 수 위다.

처음으로 돌아가 육씨의 앞선 보도자료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윤정이의 행사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합니다 = 아직 윤정이와 소송이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윤정이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육씨에 대한 사랑과 관심도 부탁합니다’ 등으로 해석하면 맞았을까? “가족사가 언론을 통해 다뤄지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장윤정의 말에도 ‘폭로’라는 단어가 담긴 보도자료가 11일 배포된 것을 보면 딱히 틀린 해석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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