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삼성전자(005930)의 전자부품 계열사
삼성전기(009150)가 일본에서 재료개발 전문가를 반도체 기판의 핵심 연구개발(R&D) 인력으로 영입했다. 인공지능(AI)·자율주행 시대에 맞춰 고사양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차세대 반도체 기판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다.
| 삼성전기 수원 본사. (사진=삼성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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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지난해 말 남강호 삼성전기 상무를 삼성전기 중앙연구소 산하 패키지선행개발랩(Lab) 담당임원으로 부임시켰다. 패키지선행개발랩은 삼성전기의 기술 R&D를 총괄하는 중앙연구소 안에 있는 조직으로, 반도체 기판의 차세대 기술을 연구한다.
지난해 11월 삼성전기에 입사한 남 상무는 일본 홋카이도대에서 응용화학을 전공한 재료개발 전문가다. 입사 전 이력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본 패키징 관련 산업에서 경력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주요 기판·패키징 기업으로는 이비덴, 신코 등이 있다.
남 상무는 삼성전기 입사 당시 도금그룹 담당임원으로 영입됐다. 지난해 말 기능이 비슷한 도금그룹이 패키지선행개발랩으로 합쳐지면서 남 상무는 기판 R&D를 담당하게 됐다. 기존에 패키지선행개발랩의 연구를 지휘하던 기술 개발 전문임원인 박종은 삼성전기 마스터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다.
삼성전자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신사업TF 맡았던 주혁 삼성전기 중앙연구소장의 지휘 아래 기판 핵심 개발 인재까지 영입하면서 미래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 삼성전기가 개발한 자율주행용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반도체기판 샘플. (사진=삼성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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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가 일본 인재를 영입한 건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FC-BGA 등 차세대 반도체 기판 사업의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대만과 함께 FC-BGA 강자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QY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FC-BGA 주요 생산국의 점유율은 대만이 42%로 1위를 차지했고 일본이 27%로 뒤를 이었다. 4위인 한국의 점유율은 10%에 불과하다.
FC-BGA는 현존하는 반도체 기판 중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AI와 전기차·자율주행차 등으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이를 뒷받침할 고사양 기판이 필요해졌고, 기존 제품들보다 신호전송 속도가 더 빠르고 공간 효율이 개선된 FC-BGA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삼성전기는 그간 진행한 시설 투자와 외부 인재 수혈에 더해 올해 하반기부터 AI용 FC-BGA를 양산하며 일본·대만 추격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FC-BGA 이후 차세대 글라스 기판에서도 남 상무가 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FC-BGA의 후속으로 글라스 기판을 준비하는데 내년 말까지 기술 개발을 끝낸다는 방침이다. 글라스 기판은 유리로 만들어 더 단단하며 반도체를 높게 쌓아도 기판의 손상 위험이 적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개발 분야에선 그간 축적해온 노하우가 중요한 만큼 능력 있는 외부 인재 영입은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