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를 통과하게 되면 인공지능(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이란 일각의 우려와 달리 초과 공급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모건 스탠리 보고서를 시작으로 제기된 ‘메모리 겨울’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는 평가다.
마이크론, 어닝서프…“HBM 수요 견고”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2024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93% 증가한 77억 5000만 달러(약 10조 33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월가의 매출 예상치는 76억 6000만 달러로,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8억8700만 달러(약 1조 1800억원)로 같은 기간 흑자 전환했다. 주당 순이익은 1.18달러를 기록해 예상치인 1.12달러를 넘었다.
마이크론은 5세대 HBM인 HBM3E 12단을 올해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대량 출하할 계획도 밝혔다. 회사 측은 HBM을 바탕으로 상당한 매출과 수익성 개선을 전망했다.
마이크론은 내년에도 데이터센터의 강한 수요를 시사했다. 마이크론은 HBM 시장이 올해 약 40억 달러 규모에서 내년 25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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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의 예상을 넘는 실적 발표는 메모리 겨울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마이크론의 견조한 실적은 반도체 산업 전반의 투자 심리를 개선시키고 있다. AI 슈퍼 사이클은 여전히 견고하단 해석도 이어진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연구부원장은 “메모리 겨울은 과도한 해석”이라며 “HBM 수요가 세계 경기불황 등 흐름과 맞물려 성장 속도가 둔화할 순 있어도 데이터센터 등의 HBM 수요가 끝났다는 우려는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HBM 시장, 일반 D램과 다르다
미국 빅테크 업체의 수익 모델이 불확실하다는 측면에서 AI 투자 약화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AI 투자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I 경쟁 속에서 빅테크 업체들은 수익을 창출하는 측면보다는 기존의 수익을 지킨다는 관점에서 투자를 중단하기 어려워서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 역시 AI 투자 수요와 맞물려 상당 기간 매출 확대가 점쳐진다. 엔비디아의 B100부터 HBM3E, R100부터 최소 300GB 이상의 6세대 HBM인 HBM4 탑재가 예상된다. HBM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HBM은 기존 D램과 달리 인증 이후 공급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삼성전자가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위해 퀄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인증 이후 장기적인 공급계약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급 과잉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원가 경쟁 기반의 기존 D램 시장과는 매우 다른 시장인 셈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수율에 대한 막연한 추세적 상승 전망으로, ‘생산=출하’라는 관점에서 HBM 초과 공급을 우려하고 있다”며 “HBM은 인증 후 공급될 수 있고 인증 시점과 제품 스펙에 따라 수주량에 차이가 발생하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평균 수율이 급격하게 상승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