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대 시대 ‘뉴노멀’…수익성 우려 속 업계별 ‘명암’

수출기업 단기 호재 vs 장기 리스크
배터리·반도체·車 업계 수혜, 항공업계 타격
외채 부담 및 해외 투자 비용 부담 우려
“원달러 환율 상승, 가격 전가 어려워져”
  • 등록 2024-11-12 오후 3:46:48

    수정 2024-11-12 오후 3:46:48

[이데일리 김경은 박민 김응렬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보면서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환율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별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서울외환시장에서 1403.5원에서 마감했다. 종가 기준 1400원 돌파는 지난 2022년 11월 7일 이후 약 2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환율 상단이 1420원대까지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고환율 시대가 뉴노멀이 될 것이란 우려에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실적 하락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원화 가치 하락은 대규모 기업집단의 영업이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실질실효환율이 10%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하면 대규모기업집단의 영업이익률은 0.29%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근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대규모기업집단의 수출전략이 기술경쟁으로 변하면서 원화 가치 하락에 의한 매출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업종별 명암은 엇갈린다. 수출 중심 산업인 배터리, 반도체, 자동차 업계는 단기적으로 수혜가 예상된다. 대표적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계는 매출 증가가 기대되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DR5나 최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선단 제품 대부분은 기술 보호 목적을 위해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고 해외에 팔 때는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매출이 커지는 구조다. 단 해외에서 구매하는 웨이퍼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점은 부담요인이다. 미국 투자시 대규모 달러 조달이 필요해 리스크가 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미국에 반도체 시설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원자재 대비 제품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개선을 예상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해외 투자 비용과 외화부채 부담 증가로 인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예컨대 LG에너지솔루션은 환율이 10% 상승하면 보유한 달러 부채 평가 손실이 257억원 발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동차 업계도 대표적 고환율 수혜 업종이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현대차는 2000억원, 기아는 3000억원의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조선 업계도 선박 건조 계약금이 달러로 지불되는 만큼 원화 환산 금액이 늘어나지만 환헤지로 수익성 개선 효과는 일부 상쇄될 전망이다.

반면 항공업계는 연료비와 항공기 임대료 등 달러 결제 비용이 증가해 수익성 우려가 제기된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280억원의 외화평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원유 도입 시 환차손 우려와 수출 증대 효과가 공존한다. 수출 의존도가 높아 지난 3분기 환율 하락 여파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만큼 수익성 개선 기대도 나오지만, 원유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만큼 환율 상승기에는 환차손 우려가 있다.

철강업계는 신중한 입장이다. 전방 수요 부진에 철강 가격 협상에 애로를 겪고 있는 만큼 원자재 비용 증가 부담이 커진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 제품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로 유연탄과 철광석 등 원료 구입에 대한 ‘내추럴 헤지’를 상시 운영 중”이라며 “평소 환율 변동 영향을 최소화하는 대응책을 가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판매의 대부분이 내수용이라 환율의 영향이 크지 않지만, 원재료 및 에너지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며 “환율 상황을 주시하며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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