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4조원 규모 반도체 R&D 추진…지능형·전력 등 유망기술 확보

산업부, 尹 주재 반도체 전략회의서 정책방향 제시
민간기업 투자 계획 호응하듯 R&D사업 대폭 확대
'한국판 IMEC' 첨단반도체기술센터 구축도 본격화
  • 등록 2023-06-08 오후 5:37:44

    수정 2023-06-08 오후 5:37:44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우리나라 최대 산업인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 유지를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놨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업계가 300조원 이상을 투입해 경기도 용인 일대에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투자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정부가 연구개발(R&D)사업 확대 등을 통해 이를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R&D투자 두배 늘려 초격차 확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반도체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앞 왼쪽)이 지난달 15일 경남 창원시반도체 소부장 기업 해성DS 창원사업장에서 반도체 기판 생산시설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산업부)
정부는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지위를 굳히고자 지난해 7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올 3월 국가첨단산업 육성 전략을 내놓고 이를 추진해오고 있다. 정부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산업계가 300조원 이상을 투입해 용인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호응해 반도체를 포함한 국가첨단전략기술 관련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도 대기업 기준 6%에서 15%로 높였고,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전력 등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반도체 정책방향은 민간 투자에 방점을 맞춘 기존 정책에 더해 정부가 직접 반도체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해 유망 반도체 기술에 대한 R&D사업을 추가 추진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먼저 전력이나 차량용 반도체나 첨단 패키징 등 유망 반도체 기술의 선제 확보를 위해 1조4000억원 규모의 추가 R&D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관련 계획을 구체화하는대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거쳐 관련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앞서 확정해 추진 중인 총 1조4000억원 규모의 R&D사업에 더해 반도체 기술의 초격차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전력반도체는 신속한 전력 변환과 제어에 특화한 반도체다. 발전소 등 대규모 전력 시스템, 태양광 발전 인버터 등 재생에너지 시스템, 전기차, 산업 자동화 등에 쓰이는데, 전동화 추세가 빨라지면서 세계적으로 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역시 전기차의 급속한 성장세와 맞물려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팹리스-파운드리 간 협력 지원도 강화

정부는 또 현 메모리 중심 반도체 가치사슬을 시스템 반도체 영역으로 확장하고자 국내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와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 간 협력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삼성전자 등 국내 파운드리 기업과 협의해 팹리스의 시제품 제작 지원(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MPW는 웨이퍼 한 장에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를 찍어 만드는 것을 뜻한다. 팹리스는 신제품 출시 전에 파운드리의 생산 라인에서 시제품을 만드는 MPW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파운드리 업체의 수주가 많을 때는 MPW 기회를 배정받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이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고자 정부는 올 하반기 소재·부품·장비(소부장)와 팹리스 투자 활성화를 위한 3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전용 펀드를 만들어 운용한다.

아울러 정부는 금리 인상기를 맞은 반도체 업계의 투자금 확보 지원 차원에서 올해 5000억원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총 2조8000억원의 정책 금융을 지원키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부장 국산화를 위한 신기술 테스트베드이자 우수 인재 양성의 전초 기지, 가칭 ‘첨단반도체기술센터’(ASTC) 구축 계획도 본격화한다.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사업을 구체화해 예타를 거쳐 필요한 예산 확보에 나선다.

ASTC는 유럽 최대 규모 비영리 종합 반도체 연구소인 IMEC처럼 반도체 중장기 제품·기술 로드맵 마련, 소자 기업과 소부장 기업의 공정·제품 기술 개발 및 성능 평가 지원,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 등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곳 운영이 본격화하면 국제 협력을 통한 한국 반도체 경쟁력 확보 역할도 기대된다. 한·미 양국은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간 현재 양국이 설립을 추진 중인 미국 측 국립반도체기술센터(NSTC)와 한국 측 ASTC 간 협력 방안을 설립 단계부터 모색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번 회의를 통해 제기된 전문가 의견과 급변하는 반도체 산업·기술 정책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종전에 발표한 반도체 정책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명실상부한 반도체 초강대국 도약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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