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채권단으로부터 3조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받은 두산중공업이 오는 27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대체로 1분기 결산공시 막바지인 5월중순께 실적을 발표했던 전례를 깨고 20일가량 앞당겨졌다. 업계에서는 흑자전환(전년동기대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특히 올 1분기 실적은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 로드맵과 추진 속도의 가늠자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두산중공업(034020)에 이어 다음날인 28일에는 지주사인 ㈜두산이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해 1분기(연결기준) 371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두산중공업은 지난 한 해 8300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1분기에는 1400억원가량의 구조조정(명예퇴직 등) 비용이 투입되면서 손실 규모를 키웠다.
올해 1분기의 경우 추가 구조조정 요인이 없었던데다 지난해 채권단의 대규모 자금 지원 등에 따른 현금흐름이 개선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흑자전환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포열병합발전소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복합화력발전 설비, 폴란드 폐자원 에너지화 플랜트(WtE), 네팔 수력발전, 창원 수소액화플랜트 건설, 괌 복합화력발전소 등 지난해 대규모 친환경 에너지 사업 계약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총 누적 수주액은 3조원(신규 수주 및 유지·보수 등)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포열병합발전소에는 두산중공업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독자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이 공급될 예정이며 UAE의 푸자이라 F3 발전소에는 270MW와 540MW급 증기터빈과 발전기를 각 1기씩 공급할 예정이다. 업계는 향후 신규 가스터빈과 풍력발전용 터빈 등이 출시되면 두산중공업의 신규 수주는 더 늘 것으로 보고 있다.
| ▲두산중공업 직원들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최종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두산중공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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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폐기물을 이용해 전력 등 에너지를 만드는 WtE도 눈여겨볼 만한 수주로 꼽힌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폴란드 WtE를 수주한데 이어 1192억원 규모의 독일 딘스라켄 지역의 WtE를 수주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2030년 30조원을 웃도는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풍력발전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두산중공업은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8㎿급 해상풍력 터빈을 개발하고 있다.
| ▲두산중공업이 오는 2029년까지 14조원을 들여 조성할 예정인 총 2.4GW 규모의 서남권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진=두산중공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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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은 올 1분기 실적 향방에 따라 추가 자구 이행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자산매각 등을 통해 약 3조2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이행했으며 2조원 안팎의 자금을 채권단에 상환한 것으로 관측된다.
채권단은 조만간 두산그룹과 함께 작년 수립한 자구안에 대한 리뷰를 거쳐 재조정된 자구안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채권단이 수립한 자구안에는 두산베어스도 포함될 정도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과 무관한 자산은 모두 매각키로 했지만 선제적인 자구안 이행으로 불확실성을 해소한 만큼 기존 자구안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가장 큰 관심은 두산밥캣 매각 여부다. 현재 두산밥캣의 최대주주인 두산인프라코어(DIC) 보유 지분(51%) 전량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할 경우 현 시가총액 기준으로 2조원대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매각이 확정된 DIC는 오는 7월 1일자로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분할될 예정이다. 사업부문은 기업결합심사 등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는대로 현대중공업그룹에 넘어가게 되며 투자부문은 두산중공업과 합병 절차를 밟는다. 이렇게 되면 두산밥캣의 최대주주는 두산중공업으로 바뀌게 된다. 두산밥캣 매각이 진행될 경우 지분 매각대금은 두산중공업으로 바로 유입되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