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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AI 칩워 드라이브
미국 상무부는 19일(현지시간) 자국 반도체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스의 뉴욕주·버몬트주 신규 설비투자와 증설을 위해 15억달러(약 2조40억원)를 지원하기 위한 예비 협약을 체결했다. 최종 협약은 실사를 거쳐 확정된다. 상무부는 설비투자 진행에 따라 단계별로 지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번 지원을 통해 생산한 반도체는 현재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자동차·항공 산업의 반도체 공급망에 안정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위해 마련한 반도체법 제정 이후 첫 대규모 지원”이라고 전했다. 현재 삼성전자 등 170여개 업체들이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기 위해 460개가 넘는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2022년 △반도체 보조금(390억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75조5000억원)를 지원하는 반도체법을 제정했다.
반면 삼성전자 등 해외 기업들의 분위기를 약간 다르다. 무엇보다 반도체법은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 이상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초과이익을 낼 경우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국 정부와 공유 △중국 공장 증설 제한 △상세한 회계 자료 제출 등 독소조항 우려가 있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초과이익 공유, 회계 자료 제출 등은 기밀 유출 이슈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보조금 협상 과정이 난항을 겪을 수 있는 이유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최근 로이터와 만나 “기업들과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협상 과정에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브랜트 라이델 테일러시장은 이데일리에 “삼성 공장은 (예정대로) 연말까지는 가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지만, 보조금 이슈가 불거질 경우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TSMC의 미국 내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시점은 계속해서 늦춰지고 있다.
미국 패키징 공장 부지를 검토하고 있는 SK하이닉스도 보조금 이슈에 자유롭지 않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전날(19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 공장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부지 선정을 마치고 보조금을 신청하려고 한다”고 했다. 한국 기업들이 보조금을 받는 것은 사실상 오리무중이라는 게 냉정한 평가인데, 각 기업별 로비 외에는 현실적인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반도체 재건 드라이브는 미국뿐만 아니다. 일본 역시 반도체 주도권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오는 24일 준공식을 갖는 TSMC 구마모토 1공장이 대표적이다. TSMC 공장은 당초 5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지만 365일 24시간 공사로 준공 시점을 3년 넘게 앞당겼다. 이미 지난해 말 장비 반입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1년반 남짓 만에 지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본 정부의 천문학적인 지원 속에 속도전을 벌인 셈이다.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3강으로 꼽히는 일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가 미국 전자회로 설계업체인 알티움을 8조원 가까운 금액에 전격 인수하기로 한 것은 정부의 반도체 굴기에 기업들이 화답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을 정도로 일본 내 투자 분위기는 고무적이다.
그러나 정작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 일본 외에 중국, 대만 등이 AI 반도체 전쟁을 주도하는 와중에 한국은 보조금 혜택에 거의 전무하다. 업계 한 고위인사는 “세제 혜택만으로는 반도체 국가 대항전에서 승기를 잡기 어렵다”며 “보조금 정책을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투자 계획도 새로운 내용은 많지 않고 기존 계획을 종합한 ‘재탕’ 수준이라는 지적이 업계 일부에서 나온다. 상황이 이럴 경우 자칫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메모리 반도체까지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