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문턱 낮춘다…모험자본 공급 중개 역할 강화
정부가 이번 대책을 내놓은 것은 코스닥시장이 기술주·벤처 등 혁신 기업들의 자본 조달 시장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코스닥 시장은 미국 나스닥시장을 벤치마킹하며 지난 1997년 출범했지만 모험자본을 공급 중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덩치 작은 기업들이 모인 정체성 없는 시장, 코스피 2부 리그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상장 후 기업들의 성장이 크게 이뤄지지 않고, 투자자 기반이 90% 이상 개인 중심이다 보니 시장의 신뢰성도 낮은 상황이다.
정부는 우선 코스닥 시장의 문호를 확대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계속사업이익과 자본잠식 관련 상장 요건을 폐지하고 수익성 요건도 대폭 완화했다. 이와 함께 적자기업도 상장할 수 있는 이른바 ‘테슬라 요건 상장’의 풋백옵션(공모주 환매청구권)도 완화키로 했다. 이에 따라 잠재적 상장대상이 종전 4454개사에서 7246개사로 늘어날 전망이다.
“벤처기업 육성만 있고 개인 투자자 보호는 없어”
이번 대책 발표 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투자자 보호 측면이다. 상장 규제 완화가 자칫 묻지마 투자나 제2의 벤처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질적 개선이 중요한데 정부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무요건 완화가 오히려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정책은 코스닥 활성화보다 벤처기업 육성 방안”이라며 “상장 기준 완화나 테슬라 요건의 풋백옵션 부담 면제 등 방안은 벤처 상장 기업이 늘어나는 효과는 있지만, 기업 리스크를 투자자가 고스란히 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정부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제도를 강화해 부실기업을 조기에 퇴출하고, 최대주주나 상장주선인이 공모가 대비 낮은 가격으로 취득한 지분에 대해 지분 매각을 제한하는 보호예수의무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대책에 포함했다. 하지만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 실질심사 대상은 다 들어오고 나서 엉망이 된 다음에 쫓아낼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인데 그 피해는 결국 개인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