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스닥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한때 코스닥에서 시가총액 순위 2위까지 올랐던 헬릭스미스가 카나리아바이오에 인수된다. 카나리아바이오의 모회사인 카나리아바이오엠은 헬릭스미스가 3자 배정 증자로 297만1137주를 발행하면 350억원에 이를 양수하기로 했다. 다만 같은 날 헬릭스미스가 카나리아바이오의 손자회사인 세종메디칼의 300억원 규모 전환사체(CB)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헐값 매각’ 논란도 나온다. 엔젠시스DPN 3-2상 발표를 3개월여 앞두고 50억원에 경영권과 최대주주 지위를 넘긴 이번 인수합병(M&A)은 사실상 헬릭스미스 경영진이 임상 실패를 자인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22일 헬릭스미스에 따르면 전날 열린 이사회에서 회사는 카나리아바이오엠에 경영권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가 완료되면 카나리아바이오엠은 50억원으로 시총 5000억원 규모의 헬릭스미스 지분 7.30%를 확보, 최대주주가 된다. 거래 후 김 대표는 특수관계인 지분을 더해 총 6.73%로 2대 주주로 남는다.
향후 경영권 양도를 위해 김선영·유승신 대표를 포함한 이사 5인은 사임하게 되며 이 같은 내용은 내년 1월31일 열릴 임시주총에서 확정, 신규이사진 선임이 이뤄질 예정이다.
|
K-바이오 ‘최초’ 타이틀 수두룩했던 대표기업의 침몰
27년의 역사를 지닌 바이오벤처 1세대 기업 경영권이 헐값에 넘어가게 됐다는 것은 업계에도 큰 충격이다. 주주들도 “2000억원의 자산을 가진 회사가 50억원에 넘어간 것이 이해할 수 없다”고 허탈해한다. 전날 이사회 원안에는 카나리아바이오엠의 5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도 포함돼 있었지만 소액주주연합측 추천으로 선임된 이사진 3 명과 사외이사인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이에 반대했다.
심지어 이날 오후 추가로 이사회를 열어 전날 부결됐던 500억원의 BW 발행을 다시 안건으로 올리면서 기존 주주들의 불안감도 심해졌다. 하지만 콜 옵션 등 일부 조건 변경하는 것을 전제로 BW 발행을 재논의한 두 번째 이사회에서도 해당 안건은 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R&D·임상 계획대로 진행”이라지만 주주들은 불안
|
헬릭스미스에서 엔젠시스 DPN의 가치를 빼도 카나리아바이오로서는 손해볼 것이 없다는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방증한다. 3분기 분기보고서 기준 헬릭스미스의 유형자산과 현금성자산, 부채를 계산하면 558억원이 남는다. 청산가치는 훨씬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지만 굵직한 자산들을 단순 원가로만 계산해도 파이프라인을 제외한 부동산 및 금융자산만 500억원이 넘는 셈이다. 카나리아바이오가 헬릭스미스의 마곡 사옥 및 CGT 센터를 그대로 인수해 활용한다면 숫자는 더 커질 수 있다.
회사측에서는 이번 경영권 양수도 계약에 대해 “카나리아바이오엠과 다방면의 사업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질적인 기대효과도 크지 않다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카나리아바이오는 항체치료제를, 헬릭스미스는 유전자치료제를 주로 연구하는 만큼 향후 시너지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카나리아바이오가 올해 일곱 차례 이상 BW와 CB를 발행했다는 점을 들어 카나리아바이오가 헬릭스미스를 통해 BW·CB 발행을 남발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헬릭스미스가 당장 임상자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950억원 규모 마곡 사옥도 보유한 상황에서 이는 설명을 위한 설명일 뿐”이라며 “카나리아바이오의 입장에서는 엔젠시스 임상이 기대 이하의 결과를 내더라도 시총이 5000억원에 육박하는 상장사를 50억원에 인수하는 게 결코 손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카나리아바이오의 인수가 헬릭스미스에 호재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전날 1만3550원이던 헬릭스미스 주가는 이날 공시 이후 계속 떨어지다 결국 전날보다 9.9% 하락한 1만2200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