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우리나라 지폐에 들어간 인물의 선택 기준이 궁금합니다. 보통 독립한 나라에선 독립운동가를 지폐에 넣어 업적을 기린다고 하는데, 모두 조선시대 사람인 이유가 있나요? 그리고 신사임당을 제외하면 모두 이씨인 이유도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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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위인 전제…위원회 구성해 여론 수렴
실제로 한국은행은 2007년 5월 고액권 발행계획을 공표하고 고액권 초상 인물 선정을 위한 ‘화폐도안자문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각계 전문가 8명과 한국은행 부총재, 발권국장 등 총 1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지폐에 들어갈 인물 후보로 20명을 추천했고, 성인 남녀 1000명과 각계 전문가 150명의 의견을 수렴해 후보를 10명으로 압축했습니다. 당시 후보에는 김구, 김정희, 신사임당, 안창호, 유관순, 장보고, 장영실, 정약용, 주시경, 한용운이 포함됐습니다. 결국 김구와 신사임당이 각각 10만원권과 5만원권 초상 인물로 선정됐습니다.
다만 10만원권 발행은 정부의 요청으로 중단됐습니다. 정부는 고액권 화폐를 새롭게 발행하는 것에 대해 물가 상승 우려를 비롯해 전자결제수단 활성화 흐름에 역행하는 사업이라며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우선 5만원권을 발행한 뒤 평가해보자는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됐고, 10만원권 발행은 결국 무산됐습니다. 현 시점에서 한국은행은 10만원권 발행 계획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당시 유관순 열사가 탈락한 배경에 대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했던 유 열사는 최종 4인 후보에 들지 못했고, 정부가 한·일 관계 경색을 우려해 탈락시켰다는 이야기가 떠돌았습니다. 선정 과정에서의 투명성에 의문부호가 붙은 것입니다.
한국은행은 구체적인 선정 과정을 공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인물 선정 단계마다 소상하게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이념 차이가 있기에 위인 간 우열을 가르는 논쟁이 발생하는 등 사회적인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2007년 선정 당시 한국은행이 공청회를 거치지 않고 ‘밀실 선정’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여론 분열을 우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화폐도안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이승일 당시 한국은행 부총재는 “화폐인물 선정은 국민 각자가 가치관, 역사관, 국가관, 특정 위인을 지지하는 사회단체의 활동영역 등에 따라 수많은 후보들이 거론돼 여론 분열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며 “자칫 흠집내기 네거티브 토론으로 변질해 국론을 분열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 공청회를 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폐 속 위인들이 모두 조선시대 인물인 점, 신사임당을 제외하면 모두 이씨 성을 가진 점, 독립운동가가 없는 점 등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설명합니다. 다양성을 우선해 기존 지폐 도안을 교체하려 한다면, 사회적 혼란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100원주화, 1000원권, 5000원권, 1만원권 지폐는 1970년대초반 선정된 이순신, 이황, 이이, 세종대왕 도안이 그대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10종 지폐· 주화 모델로 등장하기도
한편 과거 일반인이 도안의 모델로 채택된 사례도 있습니다. 1962년 5월16일 발행된 100환권 지폐에는 한복을 입은 어머니와 아들이 저금통장을 들고 있는 모습이 들어 있었습니다. 저축을 장려하기 위한 취지였습지만, 이 지폐는 발행된지 한 달이 안된 그해 6월10일 제3차 통화조치로 새로운 화폐가 발행되면서 폐기됐습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도안 모델이었던 적도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1950년부터 정권이 무너지는 1962년까지 총 10종의 지폐와 주화의 도안 모델을 독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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