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최우선은 '재정건전성'…정부·국민 허리띠 졸라매야"(종합)

한덕수 총리,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참석
“文정부 경제, 최대 문제는 재정”…추경 요구 일축
"법인세 안 내렸으면 어려워…외평기금 분식회계 아냐"
R&D·새만금 예산 삭감 지적에 “동인 줄지 않을 것”
  • 등록 2023-09-07 오후 6:15:30

    수정 2023-09-07 오후 7:19:08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공지유 기자]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공표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400조원 이상 늘어난 부채가 우리나라의 성장력을 저해할 만큼 국가재정을 악화시켰다는 이유다. 야권이 민생 회복을 위해 요구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해서도 “추경을 통해 추가 지출을 한다면 세수 적자는 더 커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4차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文정부에 받은 경제, 가장 큰 문제는 재정”…추경 요구 일축

한덕수 국무총리는 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로부터 인수인계 받은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재정이었다”며 “코로나19 대응을 감안해도 같은 위기를 겪었던 선진국과 비교해 채무가 두 배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지난해 1000조원을 돌파했다. 기획재정부의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국가채무는 1196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1인당 국가채무는 코로나19 발생 첫해였던 2020년부터 매년 200만원 안팎 증가해 내년 2300만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총리는 “지난 몇 년 동안에 400조원 이상의 부채가 늘어나면서 국가 부채가 GDP 대비 50%에 달하고 있다”며 “우리는 결국 재정이나 금융 측면에서 확장적 정책을 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나 우리 국민이 좀 더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지속 가능한 성장이 되도록 정책 방향을 끌고 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35조원 규모의 민생 추경에 대해서도 다시 일축했다. 한 총리는 ‘재전건전성의 결정적 골격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어려운 서민들을 위한 추경 편성 용의가 정말 없느냐’는 박범계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적은 지출이지만 그 안에서 사회적 약자, 금융 취약계층 등 어려운 분들에 대한 배려는 최대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정부·여당과 야당은 올해 7월까지 43조원까지 결손이 일어난 세수 상황을 두고도 공방을 펼쳤다. 민주당에서는 기재부의 세수 예측이 빗나간 데 대해 ‘정부 실패’로 규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지만, 한덕수 총리는 “우리 경제가 연초 예상보다 반도체 등에서 더 나빠졌고 국제적 여건도 안 좋아졌다”며 “우리가 더 근검절약하면서 재정건전성을 지켜야 할 더 절실한 이유가 됐다”고 반박했다.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내년 세수부족분 중 80% 이상이 법인세 감소분”이라며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구간별로 1% 낮춘 정부의 결정이 오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한 총리는 “경기가 안 좋아서 법인세에서 결손이 나는 건 맞지만 세금 인하를 안 했으면 더 어려워졌을 것”이라며 “법인세에 영향을 받는 외국인투자의 경우 올해 상반기 170억달러로 여느 해보다 가장 많이 늘어났다”고 대응했다.

세수결손 대응으로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활용하는 게 ‘분식회계’라는 야당 지적에는 “전혀 맞지 않는 표현”이라며 “외환시장 개입은 외평채만 하는 게 아니라, 한국은행과 정부가 필요한 외환 문제가 있으면 같이 개입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에서 단기로 돈을 빌린 후 세금이 걷히면 갚아나가는 식의 한은 일시차입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병도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까지 한은 일시차입 113조6000억원, 재정증권 발행 40조원 등 총 153조6000억원 규모의 급전을 당겨쓴 것으로 확인됐다.

한 총리는 이에 대해 “재정의 연간 운용을 위해 돈이 필요하면 한은에서 꾸고 세금이 들어오면 갚는다는 것”이라며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여유가 있고 당장 필요하지 않는 데서 서로간의 대차를 하는 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4차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R&D·새만금 예산 삭감에 與野 지적…“동인 줄지 않을 것”

이날 대정부질문에서는 내년도 과학기술(R&D) 예산 삭감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R&D관련 예산은 올해 31조1000억 원보다 16.6% 줄어든 29조5000억원으로 편성됐다.

한 총리는 “예산은 줄었지만 우리의 전체적인 기술력과 혁신의 동인은 결코 줄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몇 년간 R&D 예산을 급속하게 늘리면서 프로젝트 숫자가 몇 천 개에 이르렀는데, 단순히 자금을 받기 위해 다 성공해 놓은 프로젝트를 내는 건 R&D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R&D 예산이 다 깎였다’는 야당의 지적에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은 “지난해 11월 국가과학기술 원로와의 오찬에서 나눠먹기식 예산에 대한 지적이 나와 대통령이 과기부 장관에게 R&D 혁신을 지시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부처 내에서 논의했지만 빠르게 조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서는 여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은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된 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의 보복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총리는 “예산을 전체적으로 크게 긴축하는 과정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고, 새만금 잼버리 성공 여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이미 입주한 기업이나 민간 투자유치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는 기본계획 수립 이전이라도 집중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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