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회사 시스템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해야만 완벽한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
| 현대오토에버 모빌진 어댑티브 이미지.(사진=현대오토에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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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 초 신년회에서 이같이 밝힌 것처럼 미래 자동차 시장은 사실상 소프트웨어(SW) 전쟁으로 치닫을 공산이 크다. 핸들에서 손을 떼고 잠을 잘 수 있는 완전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면 자동차를 바라보는 관점이 ‘얼마나 잘 달리느냐’에서 ‘어떻게 이동시간을 보내느냐’로 확 바뀌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자동차는 사람을 태우고 달리는 스마트폰이 되는 것이다.
| *2023년은 전망치.(출처=현대오토에버 및 에프앤가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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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SDV 대전환 흐름 덕분에 그룹에서 SDV 플랫폼을 개발하는 현대오토에버는 최근 빠른 속도로 매출을 늘려나가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올 상반기 1조4198억원의 매출을 거둬 전년 동기 대비 매출규모를 19.3% 확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연간 예상 매출액은 3조1668억원으로 전년 2조7545억원 대비 15% 증가가 예상된다. 매출 3조원은 아직 현대오토에버가 달성한 적 없는 기록이다.
수익성도 소폭이지만 개선되는 추세다. 올 상반기 현대오토에버의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5.87%로 전년 동기 4.29% 대비 1.58% 포인트 상승했다. 매출을 빠르게 늘리면서 수익성도 놓치지 않은 것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이미 일찌감치 자동차산업에서 SW의 중요성을 깨닫고 선제적인 투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했다. 현대오토에버가 만드는 것은 구체적으로 ‘차량 SW 플랫폼’으로, 이는 다양한 첨단기술과 응용 프로그램들을 제어해 잘 작동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컴퓨터를 예로 들면 윈도우와 같은 통합 운영체제(OS) 역할을 한다.
2012년 전 세계적으로 독일계 회사들이 주름잡고 있는 차량 SW 플랫폼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현대오토에버는 2016년 현대차 그랜저에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차량 SW를 적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2019년 차량 SW 플랫폼 브랜드 ‘모빌진’(mobilgene)을 출시한 현대오토에버는 2025년까지 현대차그룹 양산차종 전 도메인(파워트레인 전동화, 샤시, 바디 등)에 모빌진을 적용할 계획이다. 모빌진은 차량 제어의 기본 프로세서인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반도체 AP에 적용되는 운영체제(OS)다.
현대오토에버는 “모빌진은 차량 SW 플랫폼을 목표로 개발되었지만 응용 소프트웨어에 따라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며 “향후 로봇, 미래항공 모빌리티(AAM) 등 다양한 분야의 미래 모빌리티에도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량을 가상 공간에서 만들어 검증을 진행하는 ‘차량 가상검증 플랫폼’도 현대오토에버가 만들고 있다. 이는 차량의 센서, 제어기 등을 실물이 제작되기 전 미리 디지털 공간에서 구현해 검증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되면 차량 검증과 시험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2021년 하반기부터 해당 기술 검토에 착수한 현대오토에버는 2023년 하반기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단지 SDV 플랫폼뿐 아니라 그룹의 시스템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이처럼 우호적인 사업환경에 힘입어 향후 5년간 연구개발(R&D) 비용을 포함해 최대 1조1000억원까지 투자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글로벌 인력풀도 현재 6000명 수준에서 2027년에는 8100명 수준까지 매년 지속적으로 확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연평균 14% 성장률과 함께 2027년 매출 5조원을 달성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