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영 카카오뱅크(323410) 대표는 ‘가상자산(코인) 분야로 진출할 계획이 있나’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윤 대표는 “현재는 라이선스(은행업 인가) 안에서 가상자산 규제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코인시장 진출에 선을 그으면서도, 코인 시장 성장세에 따라 향후에 진출할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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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에게 가상자산은 삶…코인 시장 지켜보고 있어”
윤 대표는 18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이데일리 주최로 열린 ‘제11회 국제 비즈니스·금융 콘퍼런스(IBFC)’ 랩업세션 ‘디지털 금융시대 혁신과 어떻게?’에서 이같이 말했다. 고객 수가 1799만명(작년 기준)에 달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코인 시장에 진출하면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윤 대표가 코인 시장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은 MZ세대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다. 윤 대표는 “이미 2030은 가상자산 경험이 있고, 매일 트레이딩(거래) 하는 분도 많다. 그분들한텐 가상자산이 삶이 됐다”며 “(카카오뱅크는) 삶을 뱅킹으로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코인 계정이 있는 이용자는 1525만명(이하 작년 기준)에 달한다. 이들 상당수는 2030 세대다. 가상자산 사업자의 일 평균 거래 규모는 11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K뱅크, NH농협은행, 전북은행이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와 실명계좌 제휴를 했을뿐, 코인과 연계한 상품을 직접 만든 은행은 없다. 최근 토스의 가상자산시장 진출설이 제기됐지만 토스는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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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 은행들의 차별화 전략도 과제다. 윤 대표는 이 과제의 해법도 고객에서 찾았다. 그는 “혁신이라는 것은 ‘많은 유저들이 기존 레거시(전통적) 행태를 버리고 새로운 것을 선택해 새로운 것이 노멀(일반화)이 되는 것’이다. 더 많은 유저가 더 많이 쓰는 게 혁신”이라며 “혁신의 판단 주체는 사업자도 정부도 아니고 유저”라고 말했다.
그는 ‘카드사·시중은행도 마이데이터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인터넷은행만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에 대해선 “아직 금융은 변화시켜야 할 레거시(전통)가 굉장히 많은 분야”라고 답했다. 이어 “더 많은 유저가 더 많이 쓰게 하는 방향의 투자가 경쟁력과 차별성”이라며 “기술 기반 유저들의 니즈를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자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새정부서는 한국이 디지털 주도권 쥐고 가야”
보험 시장 변화도 윤 대표의 관심사 중 하나다. 윤 대표는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이 보험시장 전망에 대해 묻자 “젊은 사람들은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서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보험에 관심이 없다”며 “보험은 기본적으로 리스크 풀링(리스크를 하나로 모아서 큰 충격을 피하기) 전략이 너무 올드하다”고도 꼬집었다.
윤 대표는 “미니 보험들이 디지털화될 필요가 있다”며 “여행자 보험, 부모님을 위한 피싱(사기) 보험들이 우리 삶 속에서 스며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을 통해 전체적으로 사업비를 낮춰야 한다”며 “리스크를 산출한 다음에 사업비를 적용해 디지털로 판매해야 서바이벌(생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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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한 전문가들도 디지털 금융 시대에 맞춤형 규제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정부가 불공정 문제, 소비자보호 문제를 중시하되, 플랫폼 혁신을 꺾으면 안 된다”며 “그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가 세계적 금융산업에서 낙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 교수는 “그동안 정부는 은행들에 사상자산 관련 모든 책임을 물었다”며 “새 정부에서는 은행이 겁이 나서 가상자산거래소에 실명계좌 개설을 안 하는 문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명 거래가 불가능한 19개 코인마켓거래업자 중에서 ‘원화거래소’가 추가로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수용 한국블록체인학회장(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은 “(윤석열 당선인의) 새 정부에서는 가상자산위원회를 만들어 한국이 선도적으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며 “가상자산 전담기구를 통해 디지털 세상의 주도권을 쥐고 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회장은 “15~16년 전에 로봇 소프트웨어를 연구했을 당시 덴마크의 보건복지부는 노인과 친구가 되는 로봇에 대한 고령화 연구를 했다”며 “새 정부에서 각 부처가 어떻게 디지털 세상을 선점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미래를 끌어가는 비전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