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檢과 갈등 지속에 '1호 사건'도 마찰 예고…"수사 영향 끼칠까 우려"

공수처, 서울시 교육청 압수수색…'1호 사건' 수사 속도
수사의 끝엔 檢과 갈등 예상…송치 시 보완 수사 요구?
법조계 "'입법 불비’에 근거한 갈등 보완 입법 등 필요"
  • 등록 2021-05-18 오후 6:54:22

    수정 2021-05-18 오후 6:54:22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서울시 교육청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가면서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특채 의혹’ 강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어 향후 사건 처리를 두고 검찰과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수처는 이미 ‘유보부 이첩’을 명문화 한 사건·사무규칙으로 검찰과 신경전을 이어 가고 있어 갈등 장기화 우려가 나온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사진=연합뉴스)
공수처 수사2부(부장 김성문)는 18일 오전 9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서울시 교육청 9층과 10층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사와 수사관 등 30여 명을 투입해 조 교육감 의혹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섰다. 공수처는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조 교육감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조 교육감은 지난 2018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해직 교사 5명에 대한 특별 채용 절차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조 교육감은 채용 담당자 등이 이들 교사 5명의 형사 처벌로 인한 당연 퇴직을 근거로 채용을 반대했음에도 이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일련의 채용 과정에서 조 교육감이 직권을 남용한 혐의점이 있었는지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공수처가 출범 이후 첫 강제 수사에 나서며 ‘1호 사건’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지만 그 끝엔 검찰과 갈등이 예고돼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의 경우에만 기소권이 있다. 공수처는 조 교육감 사건을 수사한 뒤 공소권이 있는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넘겨야 한다. 이에 따라 공수처의 사건 검찰 송치 때 ‘보완 수사 요구’를 두고 두 기관이 충돌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반대로 공수처가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 검찰이 근거 없는 처분이라며 반발할 수도 있다.

공수처와 검찰은 사건 처리 전 이미 장외 설전을 주고받았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말 공수처에 ‘공수처는 기소권 없는 고위공직자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 등에 응해야 하며, 이 같은 사건에는 불기소권도 없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조 교육감 사건 같이 기소권이 없는 경우 공수처 검사의 신분이 경찰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대검 입장에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반발했다. 공수처는 공수처법 27조를 근거로 모든 고위공직자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릴 수 있으므로 경찰과 엄연히 다른 지위를 갖는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법 27조는 ‘공수처장은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하는 때에는 해당 범죄의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관련 범죄 사건을 대검에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공수처는 이미 ‘유보부 이첩’을 명문화 한 사건·사무규칙을 제정·공표하면서 검찰과 신경전을 이어 가고 있다. 공수처가 지난 4일 검사의 혐의가 발견된 경우 공수처가 수사 우선권을 갖는다는 등의 규칙을 관보에 올리자 대검은 즉시 입장문을 내고 “헌법과 법령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박했고, 공수처 역시 “공수처법은 대통령령에 준한다”며 재반박에 나섰다.

법조계에서는 검찰과 공수처 간 갈등이 ‘입법 불비(不備)’에 근거한 만큼, 보완 입법 내지 기관 간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재봉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이 미비한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주장이 절대적으로 맞다곤 볼 수 없다”며 “법리 다툼으로 가면 결론이 나지 않아 공수처 기능만 약화될 수 있다. 중재자가 개입해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근본적으로 공수처법을 만들면서 입법 불비가 있었다”면서 “보완 입법을 할 수 있다면 하는 것이 맞으나, 입법이 안 되는 동안에는 가장 유사한 법인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수처법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기소권이 없는 경우 공수처는 수사기관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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