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우리나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이 기술 개발 및 생산력 확대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동남아와의 협력을 시도하고 있다.
| 삼성전자 베트남 하노이 R&D센터(사진=삼성전자) |
|
3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업계는 최근 베트남, 말레이시아와 소통하며 반도체 생산에서부터 인력양성 등 전반적인 인프라 협력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 국가에선 자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반도체 기업 유치를 적극 희망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1차 한-베트남 외교장관대화’에서도 반도체 투자 유치 확대와 산업 인력 양성 등 양국 간 협력이 집중 논의됐다.
베트남의 경우 삼성전자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생산거점으로 꼽힌다. 엔비디아도 최근 베트남에 반도체 생산 거점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 시설을 다변화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다른 테크기업들 역시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동남아로 투자 기회를 노리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서도 미중 반도체 패권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인력 양성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반도체 후공정 기업인 하나마이크론은 올해 베트남 신공장 가동을 본격화한다. 대만 역시 우리나라를 비롯 새 생산거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최근 국가반도체전략을 공개하며 최소 5000억링깃(약 145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해 반도체 설계,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 반도체 제조 장비 산업 등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말레이시아를 글로벌 반도체 연구개발(R&D) 허브로 발전시키고, 반도체 엔지니어를 6만명 이상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부이 타잉 썬(Bui Thanh Son) 베트남 외교장관과 한-베트남 외교장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베트남, 말레이시아 내) 반도체 팹(생산공장) 착공은 무리가 있지만 반도체 설계, 패키징 분야 협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저출산에 의대 증원으로 반도체 인재 육성 한계에 직면한 만큼 외국 인력 양성까지 용이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AI반도체 대학원 역시 최근 대만과 일본을 비롯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등 명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재 교류를 논의하고 있다. 서울대 AI반도체 대학원에서의 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K-반도체 인재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디스플레이업계도 최근 베트남 등을 신기술 검증 적합 지역으로 꼽고 신산업을 모색 중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국립대 공과대학에서 대학 측과 투명 디스플레이 실증 가동식 및 업무협약 체결식을 열었다. 이번 협약으로 하노이국립대 공과대학에 투명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신기술 검증과 홍보를 추진하고,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인력 부족을 해소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