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동현 기자] 마을버스 업계가 극심한 인력난을 겪으며 무경력 20·30대 기사들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지만 ‘계륵’이 되고 있다. 노선 운영을 위해 적정 인력을 유지하려면 젊은 버스기사들을 채용해야 하지만 좁을 골목길을 운행하는 특성상 사고가 잦고 이마저도 경력을 쌓은 뒤 이직을 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마을버스에 대한 지원 확대 등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돼야 이 같은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 서울 종로구의 한 마을버스가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고 있다. (사진=박동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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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마을버스 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로 새내기 지원자를 채용하고 있었다. 종로의 한 마을버스 업체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형버스 운전 경력 1년 이상’이나 ‘30대 중반 이상’ 등의 조건이 회사마다 있었다”며 “이제는 경력과 나이 조건을 삭제하고 지원만 하면 다 받는다”고 밝혔다. 해당 마을버스 업체는 지원 제한을 없앴음에도 올해 2월부터 단 한 명의 기사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인력난 속에서 운수업체 관계자들은 늘어난 MZ 기사들의 지원을 반기고 있지만 한편으론 그들의 운전미숙을 우려하고 있었다. 구로구의 한 마을버스 운수업체 대표는 “요즘 전화로 취업 문의하는 사람들의 절반은 청년층일 정도로 많다”라면서도 “대부분 경력이 짧거나 없어 좁고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하는 마을버스 사고가 확실히 늘었다”고 털어놨다. 실제 2018년부터 5년간 버스 대수 대비 연평균 사고율은 마을버스가 16.9%로 시내버스(9.5%)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다.
더 큰 문제는 젊은 버스 기사들을 육성해도 전부 시내버스로 ‘환승’해 떠난다는 점이다. 시내버스는 2004년 준공영제가 도입되며 지자체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서울시 마을버스는 여전히 민영제를 유지 중이다. 결국 급여와 안정성 측면에서 시내버스가 우월한 상황이 되고 마을버스에서 경력을 쌓은 이들은 이직을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마을버스 기사 2년 차 변모(30)씨는 “대형차 운행 경험 없이 일을 시작해 처음엔 접촉 사고를 종종 냈다”며 “경력을 쌓아 시내버스로 이직할 계획인데 또래 마을버스 기사들은 전부 이렇다”고 전했다. 이병운 서울시 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전무는 “경력 없는 신입에게 운전 교육을 해도 1~2년 뒤면 모두 떠난다”며 “업체에서는 교육도 비용이라 공들여 육성시킬 원동력을 못 느끼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시내버스 이직의 발판으로 전락한 마을버스 처우를 개선하지 않으면 결국 미숙련자만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시내버스에 비해 처우가 보장되지 않는 마을버스를 그냥 두면 앞으로는 무경력 ‘외국인’까지 받아야 할 것”이라며 “준공영제 도입 등 현실적인 처우 개선이 없다면 미숙련자 기사 비율은 늘어 사고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