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너머라도 뵐 수 있다면…애틋한 '코로나 시대 어버이날'

정부, 전국 요양시설에 외부인 출입·면회 금지 조치
어버이날 면회 금지에…자식들은 꽃·음식 선물 전달
유리창 사이에 둔 '비접촉 면회' 부모·자식 모두 만족
  • 등록 2020-05-08 오후 5:24:08

    수정 2020-05-08 오후 5:24:08

[이데일리 박순엽 공지유 김은비 배진솔 하상렬 기자] “엄마가 드시고 싶다고 한 게 있어서 들고 왔는데, 겨우 사정해서 간병인에게 전달했네요. 치매를 앓고 계셔서 직접 보지 않으면 대화를 나누기가 어려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지난 2월 중순부터 얼굴을 보지 못해서 답답하네요.”

서울 성북구에 사는 정이연(60)씨는 어버이날을 맞아 친정 어머니가 계신 요양병원을 찾았으나 어머니와 얼굴을 직접 마주하진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면회가 금지된 탓이다. 정씨는 병실 창문을 통해 겨우 어머니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눴지만, 어머니가 떠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자 발걸음을 쉽게 옮기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모녀가 어버이날인 8일 오전 서울 성동구에 있는 요양병원에서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면회를 하고 있다. (사진=배진솔 기자)
코로나19 탓에 부모 앞에서 발걸음 돌리는 자식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부모를 찾는 자식들의 발걸음에도 영향을 끼쳤다. 면역이 약한 고령자와 지병환자가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가 전국 요양원·요양병원의 외부인 출입과 면회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어버이날을 맞이해 부모님을 뵈러 왔다가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돌아서는 자식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8일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시내 요양원·요양병원 대다수는 가족을 비롯한 외부인 면회를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면회가 금지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자식들 일부는 요양시설을 찾았다. 직접 찾아 뵙지 못하는 마음을 카네이션 꽃바구니, 요양하고 있는 부모가 좋아하는 음식 등으로 전달하고자 온 것이다.

김미자씨가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요양병원 앞에서 카네이션을 전달 받은 시어머니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은비 기자)
서울 영등포구의 한 요양병원에 시어머니를 찾아온 며느리 김미자(65)씨는 “꽃다발과 어머님께서 좋아하시는 과일과 빵을 전달해주러 왔는데, 간호사들이 꽃다발을 받은 어머님 사진을 찍어서 보내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중에 응급실에 실려 가신 뒤 입원하고 계셔서 한 달 넘게 얼굴을 못 봐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시설 관계자들은 들어오는 물품을 소독해 내부로 들여보냈다. 오후가 되자 시설 내부로 전달해야 할 물품이 증가해 분주해졌지만, 관계자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이해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병원에 계신 분들에게 일일이 꽃을 달아 드리고 사진을 찍어 자식들에게 보내드리고 있다”며 “환자가 많아 내일까지 작업해야 할 것 같지만, 저도 자식 된 처지에서 자식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이해하며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양시설을 찾은 일부 가족들은 면회가 금지되자 병원 측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만난 A씨는 “아버지의 몸 상태를 직접 보고자 왔는데, 면회는커녕 중환자실에 계셔서 화상 통화도 하지 못한다고 했다”며 “아버지 모습을 확인도 못 하고, 주치의한테 상태만 듣고 가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성동구의 한 요양센터에서 이중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이모(68)씨가 어머니와 비접촉 면회를 하고 있다. (사진=배진솔 기자)
‘비접촉 면회’ 도입해 눈길…일부 시설은 정부 방침 무시

일부 요양시설에선 이른바 ‘비접촉 면회’를 하는 이색적인 모습도 관찰됐다. 병원 측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보면서 마이크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면회를 준비한 것이다. 10분으로 제한된 시간이었지만, 면회에 나선 이들은 모처럼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유리에 손을 맞대고 얼굴을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사랑해요. 건강하면 됐어요. 엄마 나 갈게요”라는 말을 끝으로 89세 어머니와의 10분간 면회를 끝마친 이납춘(68)씨는 “이렇게라도 어머니 얼굴을 보니까 너무너무 기쁘고 만족스럽다”며 “오늘 이렇게 눈으로 직접 보니 나를 사랑하는 어머니 표정을 더 느낄 수 있어서 안심도 되고 행복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시간 어머니와 면회를 하던 A(54)씨도 눈물을 흘렸다. 94세인 A씨의 어머니 역시 면회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영상 통화를 일주일에 한 번씩은 했는데, 이렇게 직접 얼굴을 보는 건 4개월 만에 처음”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휠체어에 엄마를 태우고 바깥 구경을 하면서 바람도 쐬고, 산책하면서 엄마랑 안고 있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부인 면회를 엄격하게 제한한 시설 대다수와는 달리 일부 시설에선 면회를 허용해 감염이 우려되기도 했다. 한 요양병원에선 병원 내 장소에서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는 짧은 면회 시간을 허용했고, 또 다른 요양병원에선 자식들이 방호복을 입은 채 부모님을 직접 만날 수 있게 했다.

한편 정부는 요양시설에 적용할 새로운 면회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어버이날인데도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어르신을 모시는 가족들이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코로나19가 좀 더 안정화되면 어르신들에 대한 감염예방을 철저히 하면서 면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초췌한 얼굴 尹, 구치소행
  • 尹대통령 체포
  • 3중막 뚫었다
  • 김혜수, 방부제 美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