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대구역. (사진=이지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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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30일 경선 이후 처음 대구를 찾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대구는 늘 절 밀어주며 저의 오늘을 만들어준 곳이라 더 믿음이 강해서 연말이 돼서야 찾아뵙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확인한 바닥 민심은 대구가 더는 ‘보수 텃밭’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이날 동대구역과 서문시장, 동성로 등 대구 대표 번화가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윤 후보에 대한 복합적인 심경을 드러냈다. 이튿날 0시 사면될 박근혜 전 대통령에 관해선 세대별 시각차가 두드러졌다.
| 대구 서문시장. (사진=이지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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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뽑을 수밖에” vs “투표장 안 가겠다”수성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채모씨(43)는 자신이 TK(대구·경북) 지역 토박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까지 모든 선거에서 보수당을 찍었고, 이번에도 국민의힘을 찍긴 찍을 것”이라면서도 “윤 후보는 싫다”고 잘라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더 싫기 때문에 나오는 선택이라는 의미다. 이어 “홍준표 의원이 경륜으로나 실력으로나 훨씬 안정적인 사람인데, 어쩌다 정치도 모르는 사람이 들어와서 사고만 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서문시장에서 한복집을 운영하는 김임순(81)씨는 “투표장에 안 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나같이 나이 든 사람은 뭐가 옳고그른지 판단하기가 더 힘들다”며 “후보들이 이날은 이 얘기를 하고 저 날은 저 얘기를 하니 그냥 TV만 보고만 있어도 피곤하다”고 털어놨다. ‘향후 윤 후보를 지지할 생각이 있느냐’고 콕 집어 질문하자 “욕설을 한 사람(이 후보)보다야 낫겠지만,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급기야는 이 후보를 찍겠다는 이도 등장했다. 서문시장에 장을 보러 왔다던 장모(57)씨는 “윤 후보는 검사나 어울리는 사람”이라며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둘 중 아무도 찍지 않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이 후보를 찍겠다”고 밝혔다.
| 대구 동성로. (사진=이지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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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에 가혹해” vs “감옥은 자신의 업보”
택시기사 최희남(65)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하자마자 “윤 후보가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을 등에 업고 너무 가혹한 수사를 했다는 이유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다른 대통령들처럼 뇌물을 받았나 뭘 했느냐”고 반문한 뒤 “불법을 저질렀다기보다는 주변에 잘못된 사람에게 기댄 것뿐인데 너무 오래 감옥에 있었다” 바라봤다.
서문시장 이불집 주인인 장모(71)씨 역시 “(박 전 대통령의)삶이 워낙 기구하다보니 인간적으로 연민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반면 연령대가 내려갈수록 온도는 달라졌다. 동성로 로데오거리에서 만난 직장인 이지혜(33)씨는 박 전 대통령의 투옥을 “자신의 업보”라고 표현했다.
카페에서 만난 대학생 유모(20)씨는 “박 전 대통령의 몸이 안 좋다고 하니 나올 수 있다고는 본다”면서도 “그렇다고 다른 사람 죄로 대신 감옥에 간 것도 아닌데, 그걸 불쌍하게 생각하는 어른들이 이해가 가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대구라고 해서 부모님 세대가 국민의힘을 뽑는다고 무조건 자식들도 같은 당을 뽑진 않는다”며 주변 사례를 여럿 소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