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자율운항 선박은 조선 시장뿐만 아니라 해운물류 시장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오는 동시에 사회·경제적으로도 막대한 파급 효과를 일으킬 미래 유망 산업입니다.”
진은석 한화오션 자율운항연구팀 팀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자율운항 기술은 승조원의 업무 편의성을 높여주고 사고 위험도를 현저히 줄이는 데서 나아가 승조원의 근무지를 선박 위 운항 관제실에서 육상의 원격관제센터로 바꿔놓을 수도 있다”며 자율운항 선박이 바꿔놓을 미래상을 제시했습니다.
| 진은석 한화오션 자율운항연구팀 팀장 (사진=한화오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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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형선박 1척을 운영하려면 적어도 20명 이상의 승조원이 필요하지만 척박한 환경에 따른 승선 기피 현상으로 승조원 구인난은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자율운항 기술 개발로 궁극적으로 선박이 무인으로 항해하게 되면 이러한 문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진 팀장은 또 자율운항 선박이 최적의 운항을 통해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그는 “자율운항 기술 중 최적 항로를 최적 속도로 운항하는 기술을 이용하면 현재 운항하는 선박도 오염 물질을 줄이면서 효율성이 높은 선박으로 변신할 수 있다”며 “자율운항 기술은 친환경적이며 경제적인 선박을 위한 필수 기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진 팀장은 완전 자율운항 선박의 상용화 시점을 2030년 이후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완전 자율운항 선박은 현재보다 훨씬 더 고도화된 시스템의 자율화가 필요하다”며 “완전 자율운항 선박 시대가 도래하기 위해선 항해뿐만 아니라 주요 장비들의 유지보수도 반드시 자율화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여기에 더해 이들 전체를 관장할 수 있는 고도화된 운영 시스템의 구현도 뒤따라야 하는 만큼 완전 자율운항 선박이 상용화하기까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현재 자율운항 기술 개발과 함께 선박의 상태 진단과 화재 감시, 선원 안전 모니터링 등 자율운항에 필요한 요소를 함께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 한화오션 시흥 R&D캠퍼스에 있는 자율운항 선박 관제센터 (사진=한화오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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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팀장은 자율운항 선박의 고도화를 위해선 여러 항해 데이터가 필요하다고도 역설했습니다. 그는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기관을 통해 해상 영상 데이터 등 자율운항 기술에 활용할 만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클러스터 구축 사업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자율운항 기술 시험 여건도 개선되면 데이터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진 팀장은 관련 규제나 법률도 기술 발전에 맞춰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국내에서도 자율운항 기술 시험과 검증을 위한 규제 자유 특구들이 들어서고 관련 법이 제정되고 있다”면서도 “기술 발전의 속도가 규정의 발전 속도보다 빨라 개발된 기술이 규제나 법규에 따라 다시 수정 개발돼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기술이 수정되면 외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비용이나 시간을 더 들이게 되면서 기술 발전이 뒤처질 수 있다”며 “이미 개발된 기술이 수정되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와 조선업계 간에 정보가 더욱 원활하게 교류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