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대전과 충남이 분리한 지 35년 만에 재통합을 추진 중인 가운데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합 시 인구 360만명, 지역내총생산(GRDP) 190조원 규모의 초광역경제권을 구축, 수도권에 이은 대한민국 2위 경제 거점을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지만 지역주민들의 공감대 형성 없이 광역단체장 2명의 정치적 구호로 끝날 수도 있다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장우 대전시장(오른쪽)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21일 대전 중구 선화동의 옛 충남도청사에서 통합 지방자치단체 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발표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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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충남도 등에 따르면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 등 4명은 지난 21일 대전 중구 선화동의 옛 충남도청사에서 통합 지방자치단체 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발표했다. 이들은 “비효율적인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을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현 행정구역 체계의 개혁이 절실하다”며 “충남과 대전은 한 뿌리로 지역적으로나 역사·문화적으로 동일한 정서를 가지고 있으며, 밀접한 경제·생활권을 형성하고 있어 통합 추진이 비교적 용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통합에 대한 긍정적 효과로는 인구 358만명에 재정 규모 17조 3439억원, 지역내총생산(GRDP) 191조 6000억원 등 각종 지표에서 전국 상위권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행정 기능·비용 중복 해소 △국내외 기업 투자 활성화 △초광역 도로·철도 등 교통망 연계 △관광·휴양·레저 비약적 발전 등을 최대 장점으로 꼽고 있다. 특히 대전의 과학기술과 충남의 산업 인프라를 연계하는 등 서로가 가진 비교우위 자원들을 서로에게 선물하는 ‘윈-윈’ 구조가 될 것이라는 것이 양 시·도의 판단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내년 하반기부터 특별법 국회 통과와 청사 준비, 전산시스템 통합 등을 거쳐 2026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통합 지방정부를 출범시킨다는 청사진이다. 이를 위해 양 시·도는 동수로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 통합 지방자치단체 명칭과 청사 위치, 기능·특례 등 쟁점에 대한 논의를 거쳐 통합 법률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통합 논의가 두 단체장의 밀실 행정으로 시작됐고 주민들의 공감대 형성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통합 논의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나오는 등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통합 논의가 시작된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등도 이미 몇 년간 통합 논의를 진행하면서 찬·반 여론이 나뉘며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1년 6개월 만에 통합을 마치겠다는 대전과 충남의 발표에 지역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단체들도 반발하고 있다.
대전의 시민단체 관계자는 “행정통합이 주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도 불구하고 사전 의견수렴이나 통합효과에 대한 충분한 전달 없이 선출직 공직자끼리 합의한 것만 가지고 선언하고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며 “자칫 구체적인 내용 없이 주민 혼란만 가중시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지역 공직자들은 물론 기초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서도 찬·반 여론이 나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권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금도 각 지자체가 인사적체로 심각한 상황에서 대전과 충남이 통합, 하나의 기관으로 묶이는 것에 찬성할 공직자는 없다고 봐도 무관하다”며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과반수 이상이 강력하게 통합을 요구한다고 해도 실제 통합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은 것이 현 행정체제의 현실”이라고 단언했다.
지역 정치권 인사들도 “제9회 지방선거를 불과 1년 7개월 정도 앞둔 시점에서 나온 이번 통합 발표에 대해 아무리 긍정적으로 해석한다고 해도 두 단체장의 정치적 욕심 때문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속도 보다는 주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는 신중론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