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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까지 과도한 추심 못해”
29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이날 저축은행중앙회는 민간 NPL(부실채권 관리회사) 업체를 대상으로 1200억 규모의 저축은행 개인 무담보 연체 채권 공동 매각 입찰을 진행했다. 19개 저축은행이 매각 의사를 밝힌 연체 채권을 합친 것이다. 이날 입찰에는 당초 예상과 달리 대신F&I와 키움은 참여하지 않았고, 우리금융F&I 단독 입찰했다. 단독 입찰한 우리금융F&I의 낙찰 가능성이 커졌다. 입찰 결과는 빠르면 이날 밤, 늦으면 며칠 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업계가 공동 매각이라는 자구책을 꺼내든 건 금융당국이 부실·연체 채권 매각 통로를 민간으로 확대한 지 4개월이 넘었지만, 매각 사례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저축은행 부실 채권 매각 통로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민간 NPL 회사 5곳(우리금융 F&I·하나 F&I·대신F&I·키움F&I·유암코)으로 확대해 줬다. 매각처가 한 곳이라 시장 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길을 넓혀준 것이다.
이런 배경 아래 이번 입찰 성공의 관건은 역시 ‘가격’이다. 저축은행 입장에선 캠코에 팔 때보다는 높은 가격에 팔지 못하면 민간 매각 ‘명분’이 약해진다. 또 이번 채권 매각가를 산정하는 삼정·삼일·한영회계법인 등 3개사는 기본 수수료와 별도로 캠코 매각 가격 대비 초과 매매 대금의 20%를 성공보수로 가져가는 만큼 캠코가 부르는 가격보다 매각가가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캠코보다 1~2% 높은 선에서 최저 입찰가가 정해진 것으로 안다”며 “이는 시장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이라 사실상 손실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민간 NPL 업체들에게 내년 6월까지 사실상 추심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어 이를 매입한다해도 그때까지 연체기간이 쌓인다고 봐야 한다”며 “NPL사들의 입찰이 저조한 이유가 그 때문으로 보인다”고 봤다.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연체율 5.65%
이번 매각으로 저축은행 연체채권 정리에 속도가 붙을 지도 주목된다. 매각이 불발될 경우 연체 채권의 연체 기간이 길어지며 가격이 떨어져 매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반대로 1200억 매각에 성공한다면 연체율은 5.65%에서 5% 초반 수준으로 소폭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업계는 이번 매각을 계기로 추후 더 큰 규모의 부실 채권 매각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측은 “아직 추가 입찰 계획은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한편 캠코는 지난 2020년 6월부터 올해 9월까지 6628억원의 가계 무담보 연체 채권을 매입했는데, 이중 94%(6255억원)이 저축은행이 넘긴 채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