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1200억 연체채권 공동매각…우리금융F&I 1곳만 입찰

저축은행중앙회, 민간 NPL 회사 대상 개인 무담보 연체 채권 매각 입찰
우리금융F&I 단독 입찰로 낙찰 가능성
캠코보다 가격 높지 않으면 불발될 수도
매각 성공 시 연체율 5% 초반 내려갈 듯
  • 등록 2023-11-29 오후 5:43:13

    수정 2023-11-29 오후 7:28:00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저축은행들이 처음 시도한 부실·연체채권 공개매각 입찰에 우리금융 F&I 한곳만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저축은행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무담보 연체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아닌 민간에 매각하는 첫 사례다. 다만 예상과 달리 입찰 참여사가 1곳밖에 안돼 흥행엔 실패했다는 평가다.

“내년 6월까지 과도한 추심 못해”

29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이날 저축은행중앙회는 민간 NPL(부실채권 관리회사) 업체를 대상으로 1200억 규모의 저축은행 개인 무담보 연체 채권 공동 매각 입찰을 진행했다. 19개 저축은행이 매각 의사를 밝힌 연체 채권을 합친 것이다. 이날 입찰에는 당초 예상과 달리 대신F&I와 키움은 참여하지 않았고, 우리금융F&I 단독 입찰했다. 단독 입찰한 우리금융F&I의 낙찰 가능성이 커졌다. 입찰 결과는 빠르면 이날 밤, 늦으면 며칠 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업계가 공동 매각이라는 자구책을 꺼내든 건 금융당국이 부실·연체 채권 매각 통로를 민간으로 확대한 지 4개월이 넘었지만, 매각 사례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저축은행 부실 채권 매각 통로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민간 NPL 회사 5곳(우리금융 F&I·하나 F&I·대신F&I·키움F&I·유암코)으로 확대해 줬다. 매각처가 한 곳이라 시장 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길을 넓혀준 것이다.

하지만 4개월이 넘도록 단 한 차례도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다. 연체 채권 규모·가격 등을 두고 NPL 회사들과 저축은행 간 이견이 보여서다. NPL 회사는 최소 1000억원 이상의 연체 채권 매입을 원했지만, 중소형 저축은행은 자산이 적어 매각이 어려웠다.

이런 배경 아래 이번 입찰 성공의 관건은 역시 ‘가격’이다. 저축은행 입장에선 캠코에 팔 때보다는 높은 가격에 팔지 못하면 민간 매각 ‘명분’이 약해진다. 또 이번 채권 매각가를 산정하는 삼정·삼일·한영회계법인 등 3개사는 기본 수수료와 별도로 캠코 매각 가격 대비 초과 매매 대금의 20%를 성공보수로 가져가는 만큼 캠코가 부르는 가격보다 매각가가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캠코보다 1~2% 높은 선에서 최저 입찰가가 정해진 것으로 안다”며 “이는 시장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이라 사실상 손실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민간 NPL 업체들에게 내년 6월까지 사실상 추심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어 이를 매입한다해도 그때까지 연체기간이 쌓인다고 봐야 한다”며 “NPL사들의 입찰이 저조한 이유가 그 때문으로 보인다”고 봤다.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연체율 5.65%

올해 들어 저축은행 업계는 9년 만에 적자로 전환하는 등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치솟는 연체율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며 부실 채권 정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연체 채권(부실채권 포함) 잔액은 1조6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은 5.65%에 달한다.

이번 매각으로 저축은행 연체채권 정리에 속도가 붙을 지도 주목된다. 매각이 불발될 경우 연체 채권의 연체 기간이 길어지며 가격이 떨어져 매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반대로 1200억 매각에 성공한다면 연체율은 5.65%에서 5% 초반 수준으로 소폭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업계는 이번 매각을 계기로 추후 더 큰 규모의 부실 채권 매각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측은 “아직 추가 입찰 계획은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한편 캠코는 지난 2020년 6월부터 올해 9월까지 6628억원의 가계 무담보 연체 채권을 매입했는데, 이중 94%(6255억원)이 저축은행이 넘긴 채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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