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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둘러싸고 ‘한미일연합’과 본격적으로 교섭하는 각서를 맺기로 했다고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을 비롯한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도시바는 또 이를 주요 채권은행에 알리고 내주 열리는 이사회에서 최종 합의가 목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액면 그대로 보면 SK하이닉스가 WD를 뒤집고 재역전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도시바 측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우선협상을 위한 각서를 맺는다지만 구속력이 없어 사실상 말뿐인 약속이다. 도시바는 2개월 반 전인 올 6월 말에도 한미일연합과 우선협상키로 했으나 이를 뒤집고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사실상 우선협상해온 전례가 있다. WD측 경영권 행사 시기 등 일부 조건을 빼고는 상당 부분 의견 접근도 이뤄진 상태다. 또 도시바는 WD와의 협상 역시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도시바는 지난해 12월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H)의 7조원대 투자 손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사상 최악의 자금난에 빠졌고 이 손실분을 메우고자 올 초부터 추산 가치 20조원 전후의 반도체 부문 매각에 나섰다. 다수의 입찰자가 나서며 흥행에는 성공했으나 우선협상키로 한 한미일연합과의 협상이 WD의 소송에 발목이 잡히며 시간에 쫓기고 있다. 이달 내 매각 본계약을 맺지 못하면 채권은행의 신용대출이 막히거나 내년 초 상장폐지되며 회사 전체의 존폐가 위협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