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XX" 욕설 댓글…대법원이 모욕죄 아니라고 판단한 사연은?

"너가 썻지?" 오해로…SNS 비방글에 욕설 댓글 오가
'싸가지 없는 XX', '배은망덕한 XX' 등 댓글 남겨
1.2심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켜"…유죄, 벌금 100만원
대법 무죄 판결, " 진위 파악 없는 비방에 불만 표현"
  • 등록 2020-12-28 오후 4:43:59

    수정 2020-12-28 오후 10:05:11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해 갑작스럽게 검찰조사를 받게 됐다. 이른바 ‘페친’(페이스북 친구)인 B씨가 자신을 비방하는 댓글을 페이스북에 달았다는 이유로 고소한 것.

B씨는 A씨가 2018년 11월쯤 본명을 밝히지 않은 아이디로 B씨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다고 오해하고, ‘페이스북을 분탕질하는 XX’ 등 A씨를 경멸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이에 더해 “아예 그 더러운 X의 실명을 공개합니다. 제발 나를 고소해 줘”라며 A씨의 실명을 공개하고, 전화번호 등이 포함된 고소장 사진을 추가로 올렸다.

B씨를 비방한 사실이 없는 A씨는 어리둥절하면서 B씨에게 관련 게시글·댓글 게시의 중단을 요구했다. 진상 파악 없이 다짜고짜 본인을 고소하고 관련 게시글과 댓글을 올린 것을 사과하라는 항의성 댓글도 여러 차례 달았다. 하지만 B씨는 A씨의 항의를 무시했고, 오히려 A씨의 댓글에 ‘그만 귀염 떨고 자라’는 등 조롱까지 했다.

이에 격분한 A씨는 결국 B씨의 페이스북 신념다짐 글에 “싸가지 없는 XX야. 불만이면 또 고소해라…배은망덕한 XX가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게” 등 똑같이 욕설을 담은 댓글을 달았고 급기야 지난해 8월 모욕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심과 2심은 A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가 항의차원에서 댓글을 남겼고, 모욕의 고의가 없었다고 하지만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의 댓글이 B씨가 반복적으로 게시한 A씨에 대한 비방 표현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는 과정에서 비롯된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은 “이 사건 댓글의 의미와 전체적인 맥락 등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진위 파악 없이 피고인을 비방글의 작성자로 몰아간 피해자의 태도에 대해 불만을 표현한 것일 뿐”이라며 “무례하고 저속한 표현을 사용하긴 했지만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경멸적 표현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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