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장’ 인선안 사실상 거부하는 친박

이정현·이장우 ‘비박 비대위’ 사실상 거부
비대위 구성시 강성친박 입지 줄어들까 ‘우려’
합의 보증한 원유철·정우택·홍문종 ‘입장 난처’
  • 등록 2016-11-28 오후 4:02:38

    수정 2016-11-28 오후 4:02:38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자료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새누리당 주류(친박근혜계) 지도부가 이른바 ‘6인 중진협의회’에서 제안한 비주류(비박계) 추천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안을 사실상 거부하고 나섰다. 기존 지도부가 결정한 로드맵(12월21일 당대표직 사퇴·1월21일 전당대회 개최)을 그대로 관철하겠다는 뜻도 재차 강조하면서 ‘끝까지 간다’는 강경기조를 유지했다.

중진협의회는 당내 계파 갈등 상황서 중재안을 마련하고자 친박 원유철·정우택·홍문종 의원과 비박 김재경·나경원·주호영 의원 등 각 계파를 대변하는 중진의원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28일 비주류 측이 추천하는 비대위원장 후보 3명 중 1명을 의원총회 추인을 거쳐 임명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각 계파를 대변한 의원들의 대표성도 확인했다. 주 의원은 ‘중진협의회 합의사항을 최고위에서 수용한다고 보장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중진모임에서 나온 결론이 당헌당규를 포함해 (친박 지도부가) 수용하고 집행 가능한 것인지도 논의를 했는데 주류를 대표한 분들(원·정·홍 의원)이 ‘당헌당규 절차대로 진행되는 것을 보장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정·홍 의원들의 입장만 난처하게 됐다. 친박 지도부가 합의안을 발표한 지 1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반발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주류가 3인을 추천한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정현 대표도 “거기(중진협의회)에서 추천했으니 무조건 받으라고 하는 부분은 나머지 초재선 의원을 포함한 당의 구성원 그리고 수십만 당원이 있는데 가능하겠느냐”며 “그런 식으로 가면 당이 화합하기 어려우니 어떤 안이든 내라”고 했다.

이 같은 반발은 비주류 추천의 비대위원장이 비대위 구성의 전권을 맡게 되면 결국 친박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최고위원은 “비주류 측에서는 원내대표도 특정인 누구로 추천해달라고 하는 등 상당한 정치적 목적이 들어가 있다”고 한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상황이 이렇자 오는 30일 중진협의회 재회동도 불투명하게 됐다. 이들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인명진 목사·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조순형 전 의원·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 그동안 하마평에 오른 인물을 포함한 후보군 중 1명을 최종 선정하기로 했지만 강성 친박의 거부로 중진모임의 역할도 수명을 다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강성 친박들은 이제 자신들의 정치생명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박 비대위가 들어서는 순간 입지가 줄어들 것이다. 또한 현 지도부에 대한 지지율이 12% 정도인데 전당대회를 밀고 간다고 해서 제대로 되겠느냐. 이제는 어떤 전략보다는 버티고 보자는 차원의 성격이 더 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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