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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이데일리가 해시드의 테라 지갑 데이터를 역추적한 결과 해시드 측은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 12월 말부터 약 8차례에 걸쳐 루나 코인(현 루나 클래식) 1260억 원(현 환율 기준) 어치를 바이낸스 계정으로 이체했다. 당시는 루나 시세가 약 80~100달러를 오갈 때로, 매 송금 시 최소 280만 달러(약 37억 원)에서 많게는 2000만 달러(약 261억 원)에 가깝게 송금 작업을 진행했다.
해당 바이낸스 계정은 테라·루나를 예치할 수 있는 바이낸스 입금 주소로, 지난 몇 달에 걸쳐 테라·루나 외에도 대규모의 다양한 코인이 입금된 바 있다. 온체인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국내 한 기술사 관계자는 “해시드 계정에서 해당 바이낸스 입금 주소로 여러 번 송금한 내역이 뜨는데다 송금 시 사용한 메모 값도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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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재투자 여부와는 별개로 매도 물량이 지나치게 큰 데다 짧은 기간에 이뤄졌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타 밸리데이터들의 루나 리워드 매도 내역과 견줘도 해시드의 주장에 어패가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예컨대 해시드와 같은 테라 밸리데이터인 DSRV가 테라 노드를 운영한 이후로 바이낸스로 이체한 물량은 지난해 10월과 11월, 12월 세 차례뿐이며, 수량도 2만6810개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DSRV의 보팅 파워(3.9%)가 해시드(5.9%) 대비 낮긴 하지만, 이를 고려해도 해시드가 지나치게 많은 물량을 매도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지난 2017년부터 글로벌 프로젝트를 운영해온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리워드를 매도하더라도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조절하는 것은 크립토펀드사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매너”라며 “매도 후 재투자를 하더라도 한 밸리데이터가 이렇게 많은 물량을 매도하는 것은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테라·루나 프로젝트에 초기 투자를 집행하며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지난 2019년만 해도 김 대표는 미디움에 ‘루나의 적정 가격은 얼마일까’라는 제목을 글을 게재하며 티몬과 야놀자, CU, BC카드 등이 테라 생태계에 참여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특히 “최초의 투자 결정은 ‘대중화된 스테이블코인’ 이라는 비전에 대한 믿음으로 진행됐지만, 어느덧 객관적으로 가치 평가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와 증거들이 쌓이고 있다”며 테라·루나의 가치 상승을 전망하기도 했다. 사건이 터진 뒤에도 김 대표는 테라·루나를 옹호했다. 그는 테라의 스테이블코인(UST) 고정 가격이 무너진 것에 대해 “지금은 그간 없었던 성장통에 직면한 것”이라며 “유동성은 무너졌지만, 가격 연동 메커니즘 자체는 잘 보존됐고,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되면 UST 가격은 1달러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