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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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개발만 본다고 하면 1~2년 차이로 따라왔다. 기술력에선 상당히 우려할 만큼 추격했다. 다만 양산에서는 아직 차이가 꽤 있다.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기술은 중국업체들이 우리 기업의 기술을 베낄 수 있기 때문에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러나 베낀 기술로는 양산할 수 없다. 실제 제품을 양산하려면 중국 기업도 독자적인 특허가 필요하다. 중국이 우리 기술을 토대로 자기들만의 기술을 개발한다는 건데 이 경우 OLED 패널 양산에 쓰는 재료와 장비 등이 달라진다. 그래서 실제 양산제품은 중국이 우리 기업들 수준으로 만들어내기 어렵다.
-그럼 중국의 위협은 크지 않은 것 같은데.
△문제는 중국 특유의 낮은 가격이다. 소비자 시장에서 수요를 결정짓는 1차적 요인은 가격이지 성능이 아니다. 예컨대 같은 OLED여도 우리 기업 제품의 가격이 100만원이면 중국은 20만~30만원 수준이다. 가격 차이는 큰 반면 성능은 전문가가 아닌 이상 구별하기 쉽지 않다. 적당한 성능과 확실히 차이가 나는 저렴한 가격이 중국의 무기다. 중국이 낮은 가격을 내세울 수 있는 건 역시 중국 정부의 지원 때문이다.
-태블릿 시장이 내년부터 LCD에서 OLED로 전환할 예정인데 중국과 격차를 벌릴 기회가 아닌지.
△영향력 확대보다는 먹거리 전환이라고 봐야 한다. 국내 한 디스플레이 기업이 생산하는 모바일 OLED 출하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한때는 4억~5억대도 만들었으나 올해는 3억대를 밑돌 전망이다. 중국이 모바일 시장을 파고들고 있어서다. 태블릿은 중국과의 경쟁이 비교적 덜한 시장이다. 중국 기업 중 태블릿 세트업체가 레노버나 화웨이 외에는 딱히 없다. 이들의 태블릿 물량도 많지 않다. 중국이 모바일을 침투하고 있으니 우리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인 태블릿에 집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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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업계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업계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은 소부장 기업들이다. 지금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 자체는 대다수 자동화됐다. 이제는 자동화 공정에서 쓰이는 장비와 재료, 소재 등이 패널 수준을 결정한다. 정부가 디스플레이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디스플레이 인재도 10년간 9000명을 육성하겠다고 하는데, 기술 개발을 선도할 R&D 역시 중요하지만 소부장 생태계의 성장을 이끌 소부장 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 디스플레이업계는 패널 제조사가 소부장 기업에서 핵심 인재를 데려가고 있고 중국에서도 인재 유출 시도가 빈번하다. 소부장 기업들은 핵심 인재가 빠져나가면 타격이 크다. 소부장 기업이 인력을 채용하고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금 등 정부 차원의 직접적인 소부장 지원이 요구된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 주요 약력
△일본 도쿄대학교 공학부 응용화학과 박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 △삼성SDI 수석연구원 △현 유비리서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