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지난해 2억원을 들여 서울 송파구에서 노래연습장 운영을 시작한 김성환(61)씨는 최근 닫힌 노래방 문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월부터 손님이 없다시피 해 대출을 받아 월세를 내왔지만, 더 이상 임대료를 내지 못해 ‘카드깡’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씨는 “지난달부터는 아예 집합금지 조치가 돼 문도 열지 못하고 타격이 엄청나다”며 “월세가 400만원 정도 되는데 3개월이 넘게 내지 못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 부업으로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용직 근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일당이 임대료를 내기에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고정 수입이 없는 상황이다. 김씨는 “얼마 전 건물주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은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곧 쫓겨날 것”이라며 “정부에서 생계 마련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성토했다.
| 한 노래연습장 업주가 ‘월세 입금을 못해 죄송하다’며 임대인에게 보낸 메세지. (사진=수도권 노래연습장업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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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당국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며 곳곳에서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노래연습장 업주들은 “생활고로 인한 고통이 한계에 달했다”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사단법인 서울·경기·인천 노래연습장업협회는(협회)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속되는 집합금지로 노래연습장 업주들이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됐다”며 “다시 한 번 노래연습장의 고위험업종 기준을 세밀히 검토하고 집합금지를 해제해달라”고 촉구했다.
하필수 서울시협회장은 “지난달 19일부터 지금까지 업주들이 노래방 문을 닫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며 “확진자가 늘어나면 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수도권 노래연습장업 비상대책위원회’가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임대료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공지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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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날 4차 추경을 편성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최대 200만원을 현금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협회는 지원금보다 명도소송 방지 등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내 명도소송으로 고충을 겪거나 상담을 시작한 노래연습장 업주는 30여명에 달한다. 협회는 “정부는 100만원, 200만원 지원금으로 자영업자 문제를 매듭지으려고 하는데 업주들이 원하는 건 집합금지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라며 “가장 큰 고정비인 임대료 해결 등 자영업자의 고충을 파악해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수도권 노래연습장업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지자체·정부와 협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김시동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업주 중 자녀 교육비와 가족 생활비가 없어 고통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에서 명도소송을 방지하고 집합금지 명령 전에 보상금을 사전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3대 요구안으로 △지자체·임대인이 50%씩 임대료 부담 △집합금지 명령 전 보상금 사전지급 △임대료 연체 시 명도소송 방지 등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