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인 미국변호사 항소심도 '징역 25년'…"반성 의문"

2심, 원심 형 유지…우발적 범행 주장 배척
法 "범행 후 정황 상당히 이례적"
  • 등록 2024-12-18 오후 3:28:04

    수정 2024-12-18 오후 3:28:04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아내를 둔기로 수십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대형로펌 출신 미국변호사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25년형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1-1부(부장판사 박재우 김영훈 박영주)는 이날 오후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모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심형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판단한 내용에 사실이나 법리를 오해한 부분이 없고 양형에 대해서도 재량권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판단하지 않았다며 검사와 피고인의 쌍방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현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징역 25년을 선고한 바 있다.

현씨 측은 법정에서 범행 당시에 피해자의 공격이 먼저 있었고 이를 막는 과정에서 범행이 우발적으로 발생했다고 주장했으나 2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피해자가 기록한 녹취록 증거 등을 들며 “극히 우발적으로 피해자 측의 유발 요인으로 촉발됐다고 볼 수 없다”며 “범행 당시의 불만과 평상시 피해자와 사이에 쌓인 불만이 복합적으로 쌓여 동기가 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판단했다. 정신병력이 있다는 주장도 배척했다.

또 현씨 측이 범행에 사용한 쇠파이프가 ‘고양이 장난감’이며 흉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크기, 재질, 강도, 머리 부위를 여러 번 가격한 사용방법 등을 볼 때 사망에 이르게 하는 위험을 가진 흉기에 해당된다”며 “설령 흉기임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도 사회적 통념에 비춰 상대방이 생명과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 위험 물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이 범행으로 느꼈을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통상의 정도를 넘어선다”며 “범행 후 정황도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현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자택에서 별거 중이던 아내의 머리 등을 여러 차례 둔기로 내려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범행 현장을 아들이 목격했고 범행 직후에도 50분간 피해자를 방치한 채 자신의 부친에게 전화를 건 사실 등이 밝혀지면서 공분을 샀다. 또 범행 현장을 이탈해 딸을 찾아가기도 했다.

2심 재판부는 또 피해자 측의 증언과 진술 등을 증거로 인정하며 “피해자와 주고 받은 메시지 기록을 보더라도 그간 피해자를 비난하기도 한 (피고인의) 전반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만 최후진술을 보면 진심으로 반성하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도 질책했다.

지난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현씨는 “저는 한국이 무서웠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진실도 왜곡되고, 정의도 없고 약자로서 다수에게 매도당하고, 제일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에게 정적이 됐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현씨는 미국에서 로스쿨을 졸업한 뒤 국내 대형로펌 소속의 미국변호사로 활동했으며 그의 부친은 5선 국회의원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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