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터클로 새로 태어난 단군신화…춤극 '신시'

환웅·웅녀 이야기 무용으로 재해석
거대 조각상 등 웅장한 세트 압도적
27~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 등록 2016-10-27 오후 2:18:17

    수정 2016-10-27 오후 2:18:55

춤극 ‘신시’의 한 장면(사진=서울시무용단)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단군신화하면 쑥과 마늘, 곰과 호랑이가 떠오른다. 사람이 되고 싶었던 곰과 호랑이 중 곰만이 100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고 웅녀가 돼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과의 사이에서 단군을 낳았다는 이야기로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많은 신화학자는 이를 조금 더 사실적으로 해석한다. 곰과 호랑이를 토템으로 삼았던 부족이 환웅이 이끌고 온 새로운 부족의 ‘홍익정신’ 아래 새로운 국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국가를 신화적인 도읍이라는 뜻에서 ‘신시’(神市)라고 부른다.

27일과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오르는 서울시무용단의 ‘신시’는 바로 이런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삼은 춤극이다. 물론 여기에는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됐다’는 동화적인 이야기는 없다. 대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넓은 무대를 활용한 웅장하고 화려한 세트, 80명의 출연진이 쉴 틈 없이 펼치는 우아하면서도 장엄한 몸짓이 80분의 공연시간을 채운다. 신화의 의미를 무용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그야말로 ‘스펙터클’한 공연이다.

‘신시’는 7000년 전 풍백·우사·운사와 함께 하늘에서 내려온 천족의 환웅과 땅을 숭배하는 웅족의 웅녀, 호전적인 민족 호족을 이끄는 호족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총 4막 16장으로 구성했으며 기승전결이 명확한 스토리텔링을 갖춰 무용이 낯선 관객도 쉽게 즐길 수 있다.

‘강림’을 주제로 한 1막은 무대를 가득 채우는 다섯 개의 거대한 조각상이 등장해 관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태양신·지신·조상신 등을 상징하는 오신상(五神像)이다. 거대한 조각상을 놓고 수많은 무용수가 펼치는 군무가 천족이 강림한 순간의 장엄함을 느끼게 한다.

2막 ‘인간’에서는 웅녀와 호족장, 환웅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운명적인 만남 속에서 마음을 나누는 웅녀와 환웅의 2인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3막 ‘전쟁’은 어긋난 관계 속에서 갈등으로 치닫는 웅족과 호족, 이들의 전쟁에 뛰어드는 천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환웅과 호족장의 다이내믹한 대결 장면이 백미다.

그러나 전쟁도 평화를 이겨내지는 못한다. 4막 ‘태양의 축제’는 전쟁을 끝내고 마침내 ‘신시’로 하나가 된 천족과 웅족의 새로운 환희를 그린다. 무대 위에서 내려오는 빨간 천을 이용해 탄생의 신비를 표현한 핏빛의 춤이 인상적이다. 공연의 대미는 단군의 탄생이 장식한다. 공연장 후면 무대에서 아기와 함께 서서히 등장하는 웅녀의 모습은 화합과 상생이란 단군신화의 정신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신시’의 또 다른 볼거리는 바로 파격적인 캐스팅이다. 27일에는 한국 무용극에서는 쉽게 만나기 힘든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협업을 만날 수 있다. 국립발레단과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출신의 김주원과 이정윤, 엠넷 ‘댄싱9’ 출신으로 루마니아 국립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를 지낸 윤전일이 각각 웅녀·환웅·호족장을 연기한다. 28일에는 서울시무용단의 솔리스트 김경애·신동엽·최태헌이 이들과는 또 다른 무대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서울시무용단이 ‘신시: 태양의 축제’란 이름으로 초연한 공연의 앙코르다. 지난해에 이어 국내 창작무용을 대표하는 안무가 국수호가 총괄안무를 맡았으며 작곡가 김태근, 연출가 유희성이 다시 합류해 보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춤극 ‘신시’의 한 장면(사진=서울시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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