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韓자회사 설립...예상 시나리오는?

직접 원료생산하기 위한 사전작업 봐야
美국방물자법, 코로나 백신원료·장비 수출통제
충진·포장 공정은 국내CMO가 맡을 가능성 높아
일각에선 단순 수입공급 및 R&D 목적으로 선그어
  • 등록 2021-04-20 오후 3:21:39

    수정 2021-04-20 오후 9:54:27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모더나의 한국지사 설립을 놓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점쳐지고 있다. 모더나가 국내에서 직접 백신원액을 생산하고 충진·포장을 국내 바이오 위탁생산자(CMO)에 맡길 것이란 전망이 가장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사진=연합뉴스]


모더나(Moderna)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제2회 연례 백신의 날(2nd Annual Day)’를 열고 올해 한국, 일본 호주 등 3개국에 자회사 설립 계획을 밝혔다. 이날 행사는 모더나가 코로나19백신 추가 임상결과와 향후 백신 공급계획을 밝히기 위한 목적에서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모더나는 한국 자회사 설립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최근 정부발표(8월부터 국내 제약사서 코로나백신 위탁생산)와 맥락이 연결되는 형국이다.

직접 원료생산 위한 사전작업 봐야

우선 모더나의 한국지사 설립은 국내에서 코로나백신 원료를 직접 생산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봐야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더나가 지금까지 온전히 남의 손에 맡겨 코로나백신을 생산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모더나는 현재 코로나백신 원료를 자체 공장(1억 도즈), 론자 미국 뉴햄프셔 공장(1억 도즈), 스위스 비스프(Visp, 3억 도즈) 등에서 연간 총 5억 도즈 분량을 생산하고 있다. 론자의 미국·스위스 공장에 백신원료 위탁생산을 의뢰한 것처럼 보이지만 모더나는 론자의 미국 뉴햄프셔 공장과 스위스 비스프 공장에 각각 7000만프랑(860억원), 4000만프랑(172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직접 투자했다. 사실상 직접생산으로 순수한 위탁생산과는 거리를 두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mRNA 생산시설은 비교적 소규모여서 생산라인 구축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mRNA 생산시설은 세포배양에 의한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과 비교해 엄청 작다”면서 “생산시설 구축도 6개월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mRNA 기반의 백신이 소량의 유전자를 주입해 항원을 만들기 때문에 대량의 세포배양 시설이 필요치 않다”고 부연했다.

코로나백신 1도즈에 포함되는 mRNA 양은 화이자 25㎍(마이크로그램), 모더나 100㎍다. 1g(그램)의 100만분의 1이 1㎍다. 바이오업계 평균 ℓ당 2.6g항체를 뽑아내는 것을 고려하면 1000ℓ 생산라인만으로 모더나백신은 2600만 도즈, 화이자는 1억4000만 도즈 분량의 mRNA 원액을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모더나의 위탁생산 계약현황. 완제의약품(DP, Drug Product)은 충진·포장을, 원료의약품(DS, Drug Substance)은 원료생산을 의미한다.


이를 비춰보면 모더나가 한국지사를 설립해 백신원료를 직접 생산하고 이후 완제의약품(DP) 공정은 국내 위탁생산업체에 맡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더욱이 미국 국방물자법으로 코로나 백신원료·장비의 전면적인 수출통제가 이뤄지고 있어 이 같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론자 사례처럼 모더나가 국내 바이오업체에 직접 투자하고 원료생산 과정 전체를 통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충진·포장은 국내기업이 맡을 수도

바이오의약품에서 위탁생산은 △원료의약품 생산(DS) △완제품생산(DP) 두 가지로 나뉜다. 하지만 mRNA 완제의약품 공정은 충진·포장만 있는 여타 바이오의약품과 달리 mRNA 원료를 LNP 기술로 감싸는(캡슐) ‘조성’ 공정이 하나 더 들어간다.

하지만 조성공정에서 쓰이는 전달기술 ‘LNP’는 mRNA 핵심기술이다. 이에 모더나는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자체공장과 론자에서 원료를 생산한 뒤 LNP 처리까지 전담하고 있다. 이후 미국 캐털란트(Catalent), 스페인 로비(ROVI), 프랑스 레시팜(Recipharm) 등에 충진·포장 등의 위탁생산만 맡겨 최종 완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모더나가 LNP까지 처리된 백신 원액을 생산할 경우 국내바이오기업 위탁생산은 충진·포장에만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시나리오에선 녹십자가 유력 사업자로 거론된다. 녹십자는 지난해 10월 오창에 연 10억 도즈 규모의 충진·포장 위탁생산 시설을 신규 구축했다. 녹십자는 같은달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와 5억 도즈 규모의 코로나백신 위탁생산계약을 한 데 이어 지난달 모더나 백신의 허가·유통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모더나가 한국지사에서 순순한 백신원료(DS) 생산에만 치중하고 조성까지 포함된 완제의약품(DP) 위탁생산을 맡긴다면 에스티팜이 유력사업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에스티팜(237690)은 최근 스위스 제네번트사로부터 한국 포함 아시아 12개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LNP 기술을 도입했다. 이 기술은 모더나가 백신에 사용한 것과 동일한 기술이다. 이 경우에도 에스티팜엔 충진·포장 설비가 없어 나머지 공정은 녹십자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단순 수입공급· R&D확대 목적으로 한정

일각에선 외국계 제약사들이 통상 의약품 수출에서 관리목적으로 해외지사 설립이 이뤄진다는 것에 비춰 정부 발표와 연결시키는 것에 거부감을 보인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글로벌 회사들이 한국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완제의약품을 수입해 공급하려는 목적이 있다”며 “녹십자가 모더나 백신의 완제품의 허가·유통을 담당하니깐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 자회사를 통해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하려는 전략”이라며 “모더나가 해외 여러 자회사를 통해 해당국가 백신 R&D 기술을 흡수해 코로나백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의 mRNA 백신을 개발하려는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모더나는 올해 여러 정부 및 기관과 184억달러(2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백신 공급 계약을 맺었다. 7억~10억 도즈 분량으로 최소 3억~6억 도즈 분량의 공장 증설이 필요한 상태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사장님 제가 해냈어요!"
  • 아찔한 눈맞춤
  • 한강, 첫 공식석상
  • 박주현 '복근 여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