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스카이라인 새로 그린다"..정용진, 초고층 호텔 승부수 통할까

80층짜리 부산 센텀시티타워에 들어설 '신세계' 호텔 관심
2018년 레스케이프로 시작된 호텔 '닥공' 경영 정점 찍을듯
  • 등록 2021-10-14 오후 3:47:12

    수정 2021-10-14 오후 7:32:18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원정경기에서 승부수를 던졌네요.” 신세계그룹이 롯데그룹의 안방인 부산에 높이 340m, 80층 규모의 초고층 럭셔리 호텔을 짓기로 한 것을 두고 이런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최상급 호텔 브랜드인 ‘조선 팰리스’를 오픈했다. 사진은 조선 팰리스 메인 로비인 웰컴로비의 팰리스 게이트. (사진=조선호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을 누르고 지역 1번지 백화점 자리를 차지한 것처럼 센텀시티타워(가칭)에 들어설 신세계호텔(브랜드 미정)이 롯데호텔의 시그니엘 부산을 제치고 지역 1등 호텔 반열에 올려세우기 위한 과감한 투자 결정이라는 것이다.

☞관련 기사([단독]신세계, 부산 센텀시티에 80층 높이 호텔 짓는다)

14일 호텔업계 등에 따르면 신세계는 2018년 7월 오픈한 독자 브랜드호텔 레스케이프를 시작으로 3년 사이 무려 7곳의 호텔을 새로 열었다. 특히 지난해 10월 그랜드 조선 부산·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명동, 12월 그랜드 조선 제주·그래비티 서울 판교, 올해 5월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8월 호텔 오노마를 잇따라 선보였다. 이로써 조선호텔앤리조트(이하 조선호텔)가 운영하는 호텔 사업장 수는 단숨에 9개로 늘어났다. 조선호텔은 이마트가 지분 99.9%를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는 호텔들이 즐비한 것과 대조되는 신세계의 역주행은 ‘위드 코로나’ 시대 호텔업에 대한 그룹 총수 일가의 비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정 부회장이 호텔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하고 위기 속 기회를 포착한 것이다.

실제 정 부회장은 특유의 소통능력을 적극 발휘하며 자사 호텔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그가 정식 개관 전부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호텔 내 식음(F&B) 업장에서 찍은 인증사진을 올리자, ‘정용진 호텔’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입소문이 났다.

하지만 독자 브랜드를 키우는 일은 맘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프랑스풍 부티크 호텔을 표방한 레스케이프는 오픈 초기 “지나치게 콘셉트에 치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말 기준 레스케이프의 장부가는 3년 만에 1500억원에서 760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최상급 호텔 브랜드인 조선팰리스 역시 ‘피트니스 회원권을 공개 추첨이 아닌 선착순 분양한다’는 구설에 휘말리면서 홍역을 치렀다.

▲조선팰리스를 홍보하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인스타그램)
올해 2분기 조선호텔의 영업손실은 192억원으로 전년 동기(180억원 적자)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다만 신장개업 효과로 매출은 7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4% 증가했다. 안정적 길을 두고 왜 새로운 길을 걷느냐는 물음에 신정연 조선호텔 브랜드전략팀장은 “백 년을 바라본 도전”이라며 “다사다난한 시대의 변화 속에서 100년 이상 갈 수 있는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여러 논란과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으로 정 부회장의 호텔 ‘닥공’이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하늘을 찌를듯한 마천루에 호텔 객실을 가득 채울 구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 단위의 개발비용이나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초고층 건축물임을 감안하면 정 부회장 등 오너가의 허락 없이 함부로 추진하기 어려운 대형 프로젝트다.

한편 신세계호텔 건립은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센텀시티 일대를 ‘신세계 타운’으로 조성하는 3단계 개발 계획의 일환이기도 하다. 신세계는 2004년 9월 센텀시티 내 도심위락단지(UEC) 부지 3개 블록(총 2만2912평)을 1329억3100만원(평당 580만2000원)에 사들이면서 부산에 발을 디뎠다. 이후 2006년 7월 A부지(대지면적 1만2315평)에 센텀시티점의 첫 삽을 떠 2009년 3월 세계 최대 규모로 개장했다.

2014년 3월부터 B부지(5595평)에서 공사에 들어간 센텀시티몰은 2016년 3월 문을 열었다. 그해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하면서 롯데의 부산 패권을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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