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10월31일 도쿄 일본은행 본부에서 이틀간의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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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일본은행(BOJ)이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보류한 후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엔화가치가 역사적 저점인 ‘1달러=160엔’을 재현, 즉 강달러 상황 심화로 일본 경제에 하방압력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BOJ가 금리 인상 시점을 내년 3월까지 미룰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6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57.40~157.41엔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12월 기준금리 결정 이전이었던 지난 17일 153엔대에서 불과 3일 만인 20일 157엔대로 올라간 뒤, 엔화 가치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엔화가치가 하락한 것은 미국은 기준금리를 빠르게 내리지 못하고, 일본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해 미일 금리 차 축소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시장에서는 역사적 저점이었던 지난 7월 1달러=160엔도 시야에 들어왔다고 본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한 금융기관이 내년 설연휴기간인 1월 1~3일 근무표를 재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참가자들이 줄어든 사이, 투기 세력의 엔화 매도세가 강해지며 엔화 가치가 지금보다 더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일본의 금리인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시장의 예상대로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FOMC 위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내년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며 금리 인하 속도는 늦어질 수 있다고 시사했다. 반면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12월 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향후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 “한 단계 더 확실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내년 1월 금융통화결정회의에서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향후 확인해야 할 불확실성 요인으로 ‘내년 춘투(春鬪·봄철 임금 협상) 등 향후 임금 인상 동향’과 ‘트럼프 차기 미국 정권의 경제정책’ 등을 꼽았다.
일본 금융시장에서는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며 엔화 가치가 급락하더라도 일단 금리 조절보다는 외환시장 개입이 선제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7월 일본정부는 달러·엔 환율이 162엔까지 치솟자 구두개입과 엔화 매입·달러 매수를 통해 적극적으로 엔화가치 방어에 나섰다. 아울러 당초 예상보다 미일의 기준금리 변화 시점이 늦어지고 있지만, 미일 금리 차 축소라는 기조는 이어지는 만큼 엔화 가치가 추세적으로는 다시 올라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달 4~11일 로이터통신이 57명의 경제학자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전원 모두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일본은행이 금리를 최소 0.25%포인트 인상해 기준금리가 0.5%가 될 것으로 봤다.